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에 이어 12일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12일 소위 '네 마녀의 날'로 불리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까지 겹쳐 변동성이 극심했다. 외국인은 이 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물론 선물과 풋옵션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 날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1834.33포인트로 전일 대비 3.87% 하락했다. 코스닥은 무려 5.39% 하락한 563.49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11일(현지시간)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뉴욕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데 이어 국내 증시까지 폭락한 것이다. 이 날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4.7% 하락한 7952.05, 다우산업지수는 5.86% 하락한 23553.22, S&P500 지수는 4.89% 하락한 2741.38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500억달러 규모 재정 준비, 급여세 인하 추진 등을 언급했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주식시장 선물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성명 이후 급락했다.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두드러졌다.
12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2.3원 내린 달러당 1190.7원으로 출발했으나 장중 1200원을 돌파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대비 13.5원 오른 1206.5원에 마감했다. 이 날 상승폭은 지난해 8월 5일(17.3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12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4일 하루를 제외하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은 셈이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2856억원, 535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1일 2615억원을 순매도했으나 12일은 148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872억원, 개인은 687억원을 순매도해 이날 지수 낙폭을 키웠다.
이날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4.41% 하락한 18559.63을 기록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4.33% 하락한 10422.32 포인트를 기록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52% 하락한 2923.49, 홍콩 항셍지수는 3.79% 하락한 24274.38 포인트로 마감했다. 인도 SENSEX 지수는 무려 6~7%대 하락을 기록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각국이 시행하는 경기 부양책을 주시해야 한다고 일제히 조언했다.
SK증권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 최근 벌어진 유가 급락과 이에 따른 에너지 기업 부실과 도산 우려, 미국 금리 불안정성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요소들이 안정돼야 증시 흐름이 나아지는데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확대는 물론 일부 부실기업의 도산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둬야 하는 최악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이 나오면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겠지만 기준금리만 인하된다면 패닉장세는 계속될 수 있다”며 “오는 17~18일 예정된 FOMC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 지켜봐야 하며 아직 주가 하단과 매수 타이밍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하락폭이 20%에 달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기존 통계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달했다”며 “단순히 코로나19 하나가 원인이 아니라 지난해 금리인하 기조로 부채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불거지는 여러 경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어 침체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가 급락에 따른 에너지 기업의 파산 가능성과 이것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위험이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대규모 재정정책과 필요한 곳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 제시된다면 증시 반등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NN이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가 최저치 0에 접근했고 씨티그룹이 제공하는 거시위험지표(Macro Risk Index)도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5년 유럽 재정위기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는 시장 공포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월 말 이후 공포심리가 두 달 가까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투자심리가 취약해졌다”며 “그 결과 시장이 각국 정책 등 호재는 무시하고 작은 불확실성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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