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본인이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요청하면, 10명 중 9명은 수익모델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놀라운 수익성을 거둔 비즈니스 모델 중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위험을 절감하기 위한 전략인 경우가 많다.
최근 의류산업에서 새로운 전략을 도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의 사례가 적합할 것이다. 원래 의류업체에서 새로운 옷을 만드는 데 드는 평균적인 기간은 12∼18개월 정도다. 이처럼 생각보다 긴 기간을 거쳐 의류를 제작하다보니 그 사이 유행이 바뀌거나 소비자 요구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의류 시장을 잘못 예측한 업체는 엄청난 투자비 손실과 재고품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의류업체가 높은 이익률을 보이지 못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라는 이러한 위험성을 극복하고자 의류 제작 기간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과 2~4주 만에 새로운 의상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위험성을 떠안아야 함을 확인했다. 생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본사에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물가가 비싼 지역(남부 유럽)에 생산 시설을 두어야 하고, 배송 역시 대규모 배송이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소량을 매장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용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적시에 물건을 배송해야 돼 비행기와 같은 비싼 운송 수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자라는 이 과정에서 장기간 시간을 투여하여 의류를 생산했을 때 유발되는 여러 위험과 비용과 높은 생산비, 운송비를 투여해 단기간에 의류를 생산했을 때 유발되는 여러 위험과 비용을 비교했다. 이러한 객관화된 수치를 앞에 놓고 논의 끝에 오늘날 자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은행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신용할당(Credit Rationing) 역시 또 다른 사례다. 원래 은행 대출금에 비해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 더 높은 이자라도 부담할 것이니 대출해 달라는 수요가 발생해 대출금리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무작정 금리를 높이기도 어렵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용이 낮아 다른 곳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금이 계획대로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출을 원하는 사람 중 일부에만 대출을 해주는 것을 신용할당이라 한다.
은행은 분명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면서 이를 통해 추가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대출부적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판단 속에서 많은 은행은 본인이 직면한 수익과 위험의 경중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신용할당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신용할당의 경우 설명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신용할당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 금리마다 유발될 수 있는 위험성과 수익률을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서 어떠한 금리 수준에서 얼마만큼 대출금을 바탕으로 신용할당을 실시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했을 것이다. 오늘날 100년 이상된 은행 대부분에서 지금은 신용할당이 일반적인 방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사례처럼 비즈니스모델은 위험성을 줄이는 방식을 고려할 때도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세계에 대두되는 상황에서 위험 관리가 사업 모델 구축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기억하길 바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