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형 할인점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대형마트의 실적 받침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용량 상품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과 다량의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1~2월 누적 총매출은 2조6131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4.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소비 위축과 휴점으로 본업인 할인점 매출은 악화됐지만,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실적 호조로 체면치레를 했다. 2월 들어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9.6% 감소한 반면, 트레이더스 매출은 20.4% 뛰었다.
트레이더스 신규점 출점 효과가 일부 반영됐지만, 기존점 기준으로도 할인점 매출이 11.1% 역신장할 때 트레이더스는 2.8% 늘며 신장세를 이어갔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식품·생필품 카테고리에 소비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트레이더스가 수혜를 누렸다”고 했다.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역시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롯데 빅마켓은 1월과 2월 매출 신장률이 각각 4.1%, 6.4%를 달성했다. 작년 부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롯데 빅마켓의 지난해 연매출 신장률은 1.4%에 불과하다.
라면과 생수, 컵밥 등 장기간 보관이 용이한 대용량 상품 위주로 매출이 증가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생필품을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객단가가 크게 뛰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식품과 생필품을 빅마켓에서 대량 구입하는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온라인 구매 수요도 대용량으로 몰렸다. 홈플러스 창고형 스페셜 매장 온라인몰 '더클럽'에서는 최근 한 달간 매출이 직전월 대비 227% 급증했다. 고객도 243%나 늘었다. 신장률이 일반 온라인몰 대비 두 배를 웃돈다.
특히 신선식품 328%, 가공식품 196% 매출이 늘며 먹거리가 전체 신장세를 견인했다. 회사 측은 “집밥 수요 증가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재료를 쟁여 두려는 고객들이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창고형 온라인몰로 몰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해외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미국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11.6% 증가했다고 전했다. 위생용품·생필품뿐 아니라 통조림과 말린 음식 등 비상 식품류 판매가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대용량 먹거리를 구매하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벌크형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