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원격의료'가 재조명 받는다. 국내와 달리 이미 법적으로 원격의료를 일부 허용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등이 이번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를 일부 전면 허용하는 등 빠른 확산 움직임을 보인다.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향후 원격의료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의회가 승인한 83억달러(9조8000억원) 규모 긴급 예산 법안에 서명했다. 연방, 주 기관에 대한 긴급자금 편성뿐 아니라 백신 연구,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예산이 모두 포함됐다. 미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예산 가운데 원격진료에 대한 연방의료보험제도 지원이 포함됐다. 미국은 이전까지 원격의료 가능 범위를 연방은 보건의료 전문가가 부족한 지역 환자로 등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원격의료 빗장이 풀린 셈이다.
실제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러시 대학교병원에서는 원격진료를 통해 바이러스 추가 감염을 막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타 사아 박사는 “현재 상황은 원격의료에 있어 일종의 전환점”이라면서 “공중보건 위기에서 어떻게 쓰여지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도 원격의료 수요가 증가한다.
프랑스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 '메다비즈(Medaviz)'는 매주 의사 등록이 150%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환자 상담횟수도 두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월 초부터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원격진료 관련 스타트업 '닥터립(Dotolib)'도 영상 상담횟수가 최근 40%가량 증가하고 있어 의사에게 무료 가입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 환자 대부분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이외 질병환자로 병원 내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활용한다.
원격 의료는 국내서 여전히 규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으나 시장 성장 기대감은 높다. 2018년 유럽위원회는 2021년까지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370억유로(50조4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성장률은 14%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이들 성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 허용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해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국내 의료 상황에서는 원격진료가 필요 없을뿐 아니라 기술적 성숙도도 준비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12일 2014년 의사협회가 진행한 원격의료·의료민영화 관련 집단휴진 관련 재판에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등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향후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의사협회는 “정부 보건의료정책 추진에 의사협회 의견을 더 경청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정부의 부당한 정책결정에 전문가로서 강력한 입장을 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