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를 제한하는 현행 규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보험회사들이 자산운용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보험회사들은 지금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험회사의 해외투자를 규제하는 이른바 '해외투자 30% 룰' 완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50%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현행 보험업법은 외국통화·외화증권·외환파생상품 등 해외투자 한도를 일반계정은 총자산의 30%, 특별계정은 총자산의 20%로 규제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해선 만기가 긴 장기채권 투자가 필수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초장기채가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투자 역시 규제로 엮여 있다 보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상당수 회사는 해외투자 비율이 25%에 이르는 곳도 있다.
사실 해당 규제는 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관측됐다. 국회가 적극성을 보이는 데다 금융 당국도 과거 보험업계 자산운용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 법안 개정 추진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기존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일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못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제 2월에 시작한 임시국회는 17일 종료된다. 첩첩산중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법안도 폐기 절차를 밟게 될 개연성이 있다. 21대에 다시 논의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며, 불확실하다. 그 사이에 보험회사 존폐도 알 수 없다. 임시국회 내 국회가 민생법안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일정을 잡길 바란다. 보험업계의 숙원인 30% 룰 규제를 완화, 숨통을 틔워 줄 필요가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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