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16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4월 개학' 여부를 발표한다. 오는 23일 예정대로 개학을 강행하는 것과 4월로 또 다시 연기하는 방안 어느 쪽도 명확한 해결책은 아니어서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교육부는 세 번째 유·초·중·고 휴업(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를 거쳐 이번 주 내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15일 밝혔다. 개학이 일주일 남짓 남은 것을 감안하면 주 초에 빠르게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개학을 연기했다. 오는 23일 전국 모든 유·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할 예정이다. 개학 연기에도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자 학부모 불안감이 커졌다.
대학은 일단 16일 개강하고 동영상 강좌, 과제물 등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할 계획이지만 유·초·중·고는 상황이 복잡하다. 교육과정 이수는 물론 생활지도까지 해야 해 온라인으로 대체하기에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휴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학부모는 국민청원을 통해 개학 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여러 단체도 개학 연기 목소리를 높였다. 교총은 성명을 내고 “학교는 지역사회 감염이 통제되고 일정 기간 안정화 된 후 개학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가 먼저 전면 개학하면 학원 휴원, 종교행사 자제, 재택근무 등 명분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한 주 동안 개학 연기 가능성을 두고 여러 문제를 점검했다. 13일에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시도교육감과 개학 연기 관련해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서울·대구·경북 등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는 곳을 중심으로 개학 연기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까지 개학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있어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개학 추가 연기 결정시 가장 큰 문제는 수업일수다. 초중고는 190일, 유치원은 180일이 법으로 정한 연간 수업일수다. 평일 기준으로 15일까지는 수업일수를 감축하지 않고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줄여서 수업을 할 수 있다.
개학을 추가로 늦출 경우 수업일수 단축이 불가피하다. 법정일수는 10% 범위 내에서 감축할 수 있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 법령에서는 초중고는 19일, 유치원은 18일 내에서 감축 가능하다.
감축은 학교장 재량이다. 최대한 주말이나 평일 보충수업을 활용하고 샌드위치 휴일이나 개교기념일 등 학교장이 정할 수 있는 휴일을 최소화하면 대다수 학교가 수업일수를 어느 정도는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학이 늦춰지고 수업일수가 줄어들면 평가에 문제가 생긴다. 5월 말 치르는 1학기 중간고사도 예년처럼 하기 힘들어진다. 고3 수험생의 경우 9월 대입 수시를 위한 성적을 내는 데에도 문제가 생긴다.
학교 석면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석면 공사는 서둘러 추진해야 할 문제지만 여름방학이 충분하지 않으면 석면공사도 힘들어진다. 돌봄도 문제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수업이 힘들어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데다 돌봄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도시락 제공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초등 돌봄 수요는 전체 학생의 2.2%에 그쳤다.
그럼에도 개학을 강행해 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교육 당국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학 후 확진자 학생이나 교사가 나올 경우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침을 각 학교에 내려줘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만들지도 막연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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