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래형 자동차 생산공장 기준을 제시할 '다품종 소량생산 전기차 스마트팩토리'를 짓는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 시도다. 기존 내연기관보다는 부품 수가 적고, 전자제품화된 전기차의 특성을 살린 도전이다.
첫 생산 공장은 싱가포르에 구축한다. 소득 수준이 높고 시장 트렌드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했다. 고객이 다양한 사양을 선택하면 이에 맞춰 생산에 들어가는 구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싱가포르에 무인 조립시스템을 대거 투입시킨 미래형 자동차 생산공장인 '스마트팩토리'를 상반기 안에 착공한다. 당초 5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최종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주력 차량은 배터리 전기차(BEV)로, 고객이 먼저 주문한 후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차량 색상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 모터 사양, 실내 인테리어 등을 고객 선택에 따른 맞춤형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스마트 팩토리 첫 기지를 싱가포르로 택한 이유는 시장은 작지만 아시아 최고의 소득 수준, 내수 시장, 현지 친환경 정책 등을 종합 판단했다.
싱가포르 스마트 팩토리의 연간 생산 규모는 5만대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하는 형태가 아닌 현지 생산·판매(소화)가 핵심이다.
싱가포르 라인에 투입되는 자금은 약 4000억원이며, 이르면 2021년 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로봇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대부분 공정이 무인 생산·조립시스템으로 설계된다. 현대차는 향후 싱가포르에서 각종 노하우가 쌓이면 해당 생산 모델을 유럽 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던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공장을 싱가포르에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전기차 위주의 싱가포르 공장은 파격의 혁신을 보여 주는 현대차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택한 건 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시장 트렌드가 빠른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내년에 선보일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와 연관돼 있다. E-GMP는 차량 뒷좌석 아래에 탑재한 기존 배터리팩 적재 방식과 달리 차체 하부를 평평하게 설계,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된 고전압 배터리팩과 전동모터를 탑재했다. 고객 선택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변경할 수 있고, 간단한 공정만으로 배터리팩의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모터 출력·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냉난방공조·인버터와 충방전 속도 등도 차체 크기별로 최적화가 가능하다. 프리미엄 모델부터 보급형 차량까지 라인업을 동시다발로 확대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 측은 싱가포르 공장 신설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