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면세업계의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요청이 또다시 무산됐다. 공항을 찾는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들은 적자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사태가 지속될 경우 2년 전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철수한 롯데면세점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주 면세점 사업자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임대료 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상위 부처 지침 없이 기존 임대료 산정 방식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루 이용객 20만명을 육박하던 인천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만 명대로 급감했다. 한국발 여행객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138개국으로 늘면서 당분간 여객 회복이 힘든 상황이다. 여객이 줄면서 입점 면세점 매출도 절반 이하로 급전직하했다.
시장에선 지금의 임대료 부담이 지속될 경우 사업 전개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의 평당 월 임대료는 200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대기업 면세점이 지불한 임대료만 9846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 50%를 임대료로 지불하는 구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임대료 비중이 8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매월 고정 임대료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운영비 등 고정비용을 고려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이대로 운영을 지속하면 할수록 적자만 늘어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계약 종료를 앞두고 조기 철수를 선택하는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사드 보복으로 매출 타격이 심화되면서 계약 기간을 2년 앞두고 인천공항 4개 사업권 중 3개 사업권을 조기 반납한 바 있다. 당시 롯데는 2020년까지 영업을 지속할 경우 적자 규모가 1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며 사업권 철수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면세점들은 인천공항 3기 사업권 계약 종료까지 5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감소가 지속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업 조기철수나 개점휴업 등의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DF1·DF5 2개 구역 계약기간은 2023년 8월까지로,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남은 기간만이라도 임대료 책정 방식을 고정 임대료가 아닌, 매출 규모와 연동되는 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항공여객 급감하며 먜출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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