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아지며 유통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 내수 소비 진작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P) 전격 인하했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금 유동성을 높여 소비 진작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내수 및 소비 활성화 기대 심리도 높아졌다. 기준금리와 소매판매액은 반비례 관계를 형성한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부담 완화로 이어져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최악의 1분기를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를 통해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이 각각 30.6%, 19.6%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되며 증권가는 유통기업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벼랑 끝에 몰린 유통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 입장에서 소득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심리가 개선되면 지금보다는 지갑을 더 열 것이라는 기대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풀리면 가계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소비자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백화점·마트 등 내수 소비업종 매출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통화정책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이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냈다.
해당 연구에서 주담대 금리가 1%P 하락하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분기당 평균 5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에는 금리가 1%P 떨어지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8만원 증가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내림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상환액이 줄어들고 가계 부채 부담 완화로 이어져 카드사용 등 소비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내수 업종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 상태다. 원화 약세로 해외 소비수요가 국내로 전환되면 내수 유통업체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백화점의 경우 달러가치 상승으로 해외직구와 병행수입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명품 판매에 있어 상대적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가 소비심리 반등에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저금리 장기화로 이미 시중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따른 실물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위축이 감염 우려에서 기인한 특수한 상황인 만큼, 금리 인하가 당장 실질적 내수 부양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