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몇몇 산업이 아닌 전 산업 분야가 위기 상황”이라면서 “보건은 물론 경제에서도 글로벌 공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G20 특별화상 정상회의를 주요 국가에 제안한 이유가 글로벌 공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각국이 방역을 위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최소한 기업인의 국가 간 이동은 허용토록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며 '속도'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요 경제 주체들을 초청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원탁회의를 열었다.
원탁회의에는 양대 노총을 포함한 주요 경제 주체가 모두 참석했다. 정부 행사 등에 불참하던 민주노총도 함께했다. 경영계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표해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권한대행이 자리했다.
노동계에선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선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 행장, 주경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등이 함께했다. 정부·여당에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를 야기한다.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여서 경제 위기의 장기화 공산이 크다”며 전례 없는 대책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내수·소비 진작책을 담은 20조원 규모 '민생경제 종합대책'에 더해 11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면서도 “문제는 우리만 잘 극복한다고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선언, 각국이 방역을 위해 국가 간,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하는 등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을 제한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기업도 세계 각지에서 제품을 생산·가공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아주 엄중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가 한꺼번에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봤다. 수도권의 소규모 집단 감염에 대한 방역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고, 또 경제 살리기에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전례에 얽매이지 말고 글로벌 경제 충격에 대응하면서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충분한' 대책을 추가로 이어 나가고 금융시장 안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경제 중대본 역할을 할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해서 비상경제 상황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경영계는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위한 방안을 요청했다. 상징성을 이유로 법인세 인하를 제안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일부 지자체가 개인에게 현금을 주자고 주장하는데, 현금보다는 경제주체의 소비를 유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상징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 대출 완화와 신용대출 확대 △본예산과 추경 조기 집행 △항공운수 및 면세업체가 공공기관에 납부하는 공항사용료 한시적 대폭 인하 △과감한 규제 해제 △통화스와프 확대 △특별근로시간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보완 입법 △국민연금 및 4대 보험료 납부 유예 등의 의견도 제시했다.
중소기업계는 금융권에 대출 연장과 특례 보장, 정부에는 주요 수출국 기업인의 예외 입국 적극 추진과 고용유지지원금 한도 확대 등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에 중소기업 만기도래 대출금 연장을 요청, 연장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시중은행 만기 연장을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유동성 위기 중인 중소기업은 대출한도에 여력이 없어도 추가대출을 해주고 보증한도가 없는 기업은 특례보증을 해야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 주요 수출국에 예외 입국이 허용되도록 적극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홍콩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은 허용했다”면서 “적극 늘려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금융권이 금융기관 간 협약식을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앞장서자는 의견을 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토론과 건의사항을 경청한 뒤 '속도'와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후 춘추관을 찾아 “문 대통령은 오늘 참석한 분들의 토론과 건의사항을 경청한 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본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마련된 여러 대책과 추경 집행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추가 대책도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적시에 마련해 신속하게 해나갈 필요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특히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실행되는 은행창구에서 실행되는 속도가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긴급 경영안정자급 대출한다며 서류 준비나 절차 때문에 2~3개월 걸린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연대와 협력의 힘'을 믿는다”며 각계각층의 코로나19 극복 노력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는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국민은 스스로 방역 주체가 돼 힘을 모으고 있다. 기업과 은행, 종교계는 생활치료센터 활용을 위해 연수원과 종교시설을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착한 임대료 운동'도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선 “고통을 나누며 함께 이겨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벤처·스타트업업계에 신속 진단키트 개발과 '코로나맵' '마스크맵' 같은 정보 제공으로 방역 당국의 짐을 덜어 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더욱 좁힐 때”라면서 “정부는 '방역이 최선의 경제 대책'이라는 생각으로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경제를 지켜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