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직면하고 있는 지금,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시 전달이 아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교사,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 중요합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사의 역할이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길 안내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처럼 한 과목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해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새로 꾸렸다. 미래교육 콘텐츠를 담당하는 교육과정국과 시스템을 만드는 미래교육국이 중심이다. 교과서 없는 교과 과정이 될 때 커리큘럼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학교 시스템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구상한다.
이 교육감은 “교육과정국에서 정보기술(IT) 분야 교육과정을 도입해 커리큘럼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로봇, 드론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다보면 관심이 커지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서열화를 반대한다. 다양성을 위해 만들었던 교고 정책이 오히려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판단이다. 학교를 특별하게 만들지 말고 교육 과정을 특별하게 만들자는 정책을 추진한다.
그는 “서열화 해소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학교를 일반 고등학교로 바꾸고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과학, 외국어 등 교과 중점학교를 3년간 부천시에서 28개 학교를 운영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교과 중점학교는 개별 학교 내에 예술, 외국어, 창업, IT 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학생이 원하면 어느 교과나 배울 수 있고 정원이 넘어가면 추첨제로 운영한다. 이런 개별 학교를 발전시켜 주변 학교와 클러스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목 전문성을 위해 강사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방식이다. 북유럽 학교 시스템도 참조했다.
그는 “2025년 학점제를 운영하는데, 여러 과정을 한 학교에서 선택하고 그 학교에 과정이 없으면 다른 학교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교사가 순환하는 방식으로 잘 되면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진로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교 개학이 다음달 6일로 미뤄진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학사 일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9월학기를 시작학기로하는 체제변화도 고민하고 연구한다. 2주가 지나면 과연 괜찮아질 것인지, 학교는 교회보다 더 집단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지금이 온라인 수업 방법론을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개별화 교육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공동체 보완 교육을 접목하면 좋은 미래교육 형태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설 국을 중심으로 타 시도교육청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장관, 국회의원, 교육감 등 경력 중에 어떤 게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교육감이라고 단언했다.
“대한민국 4분의 1이 넘는 170만명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다. 어께가 무겁지만 보람도 많이 느낀다. 정부나 국회의원은 법을 바꿀 수 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린다. 교육청에서는 9시 등교, 혁신학교 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다.”
그는 마을교육, 꿈의 학교, 꿈의 대학 등 아이들이 중심인 교육으로 전환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발밑을 바라보고 가지 말고, 멀리 보고 가라고 말한다. 그는 “발밑을 바라보지 않으면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 수 있지만, 멀리 바라보지 않으면 목표를 잃어버리게 된다”면서 “특히 교육은 더 그렇다”고 강조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