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억개 뉴런을 지닌 인공지능(AI) 연산 시스템으로 증가하는 AI 칩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19일 자사가 개발한 뉴로모픽 칩과 이 칩을 한데 모은 시스템 '로이히' 프로세서와 '포호이키 스프링스'를 발표했다.
뉴로모픽 칩은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반도체를 말한다. 정보기술(IT) 기기에서 정보 처리를 담당하던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직렬 연산 방식과는 달리 마치 인간의 두뇌처럼 각각의 정보를 동시에 연산하는 병렬 연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정보 형태와 용량이 일정하지 않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 작업에서 각광받는다.
이 같은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인텔은 차세대 뉴로모픽 칩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칩에만 13만개 뉴런을 지닌 로이히 프로세서 개발 프로젝트다.
인텔은 이번에 로이히 칩을 활용해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전자 코' 시스템을 선보였다. 반도체 칩만으로도 아세톤, 암모니아, 메탄 등 10가지 냄새를 습득하고 주변 환경 영향 없이 향을 식별할 수 있다. 특히 기존보다 적은 데이터 샘플로도 정확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인텔 뉴로모픽 컴퓨팅 랩 디렉터는 “기존 프로세서가 3000개 데이터셋을 분석해야 얻을 수 있는 정확도(92%)를 단 한 개 데이터 샘플로도 구현할 수 있는 칩”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히 칩을 한데 모아 연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AI 시스템 포호이키 스프링스도 주목된다. 이 시스템은 데이터센터에서 AI 연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 설계한 솔루션이다.
포호이키 스프링스는 로이히 프로세서를 768개 장착해 1억개 이상의 뉴런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프로세서로 구성한 시스템 대비 최대 1000배 빠른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데이터 처리량이 늘면서 전력 효율성이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비교적 낮은 전력으로 연산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는 300W 전력이 소모된다. 인텔의 워크스테이션용 CPU 1개 소모 전력이 100W 정도임을 고려하면, 768개 뉴로모픽 칩을 300W로 가동하는 것은 전력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비스 디렉터는 “이 시스템은 D램, 플래시 메모리 등 기억장치와 연산 칩을 가까이 위치시키면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뉴로모픽 시스템 개발을 학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 기업과 협력해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인텔 측은 “에어버스, 히타치 등 제조 기업과 협력 중”이라며 “다양한 뉴로모픽 시스템 활용 사례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