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출 부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로봇 및 로봇부품 업체들의 사업이 잇따라 순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부품 출시가 연기되고, 코로나19로 인한 국제행사 취소로 차세대 로봇 상용화 일정이 촉박해졌다. 수출 비중이 큰 중국과 왕래가 끊기면서 당장 매출에 영향을 받는 기업도 많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기업 사업이 잇따라 순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수출 부진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신사업을 중심으로 미뤄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감속기 부품을 공개한 A사는 올해 감속기 샘플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장 수요가 미진해 아직 감속기 공급 대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된 감속기를 신사업으로 내세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감속기 신제품 출시를 계획한 B사도 출시 일정을 올해 상반기로 미뤘다. 감속기 4종을 라인업으로 내세웠지만 우선 1종만 공개하기로 했다.
웨어러블 로봇업체인 C사는 오는 5월 열릴 예정이었던 '사이배슬론 2020'이 오는 9월로 연기되면서 사업 일정을 조절하고 있다. C사는 오는 5월까지 주행보조 로봇으로 '사이배슬론 2020' 대회를 준비하고, 이후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회가 연기되면서 웨어러블 로봇 임상평가 등 사업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중국과 교류가 끊기면서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업체들도 애로를 겪고 있다. 기계·로봇 부품을 공급하던 D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인적 교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이 기업은 당장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
D사 대표는 “우리 회사는 국내에서 매출이 많지 않고 중국 쪽 매출이 많은데,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주문이 취소되고 있다”면서 “우리 쪽 인원이 중국 출장을 가야하는 데 왕래가 안 되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은 글로벌 사업도 차질을 빚을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올해 해외 지사 확대 계획을 밝힌 현대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오는 5월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물적분할하고, 상반기에 유럽지사를 설립해 해외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분간은 올해 사업계획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면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로봇업계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내수기업 성장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로봇 수출은 6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로보스타, 티로보틱스, 큐렉소 등 주요 로봇 기업들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수출 비중이 큰 중국 시장이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해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영향을 받는 기업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국내 로봇기업들이 지난해 중국 시장 부진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며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작년 무역분쟁 탓 수출 실적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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