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라 하면 '책읽기'부터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해 출간된 신간은 약 6만5000권으로, 5년 전에 비해 50%나 증가했다. 그러나 독서 인구와 1인당 독서량은 지난 10년 내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독서량이 줄었다고 해서 학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동영상을 통한 학습이 늘었다. 특히 10대는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모바일 동영상을 시청하며 정보를 얻고 학습도 한다. 시청 매체로는 유튜브가 1위다. 책을 대신 읽어 주는 일명 '북튜버'가 있을 정도다.
플랫폼 환경 발달은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의 학습 효과를 위해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교실 없는 학교가 있다. 미국 미네르바 스쿨은 샌프란시스코, 서울 등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 글로벌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동료와 협업한다. 지난해 미네르바 첫 졸업생들은 구글·트위터를 포함한 세계 유수 기업에 취업했다.
교사 없는 수업도 있다. 프랑스 에콜42는 정보기술(IT) 전문가를 배출하는 인재 양성 학교다. 국적과 경력·학력 등 제한 없이 선별된 인재들은 강사와 교과서 없이 자기가 주도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한다. IT 기반 미션을 통해 학생끼리 토론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효과 높은 IT 교육이 이뤄진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정보를 외부에 저장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를 설립해 컴퓨터와 인간 두뇌를 연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미세한 전극을 뇌에 삽입하고 무선통신을 이용해 기억을 외부에 저장하는 연구를 시도한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영화 '매트릭스' 속 등장인물이 헬기 조종법을 무선으로 다운로드하는 장면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질 수 있다.
이처럼 학습 환경 변화 및 기술 혁신은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 분야의 성장을 가속시키고 있다. 에듀테크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도 에듀테크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3420억달러다. 2018년 1520억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해 2월 기준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에 이름을 올린 에듀테크 기업 7개 가운데 6개 기업이 중국 스타트업이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09년부터 지식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지원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AI 스피커 연계, 블록체인,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 분야를 중점 지원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며, 에듀테크는 점차 그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 지원과 민간 혁신이 결합해 우리나라도 제조업뿐만 아니라 교육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길 기대해 본다.
김돈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지식서비스 PD jamesdon@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