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비진작책으로 급부상한 '재난기본소득' 지원 수준과 대상을 두고 논쟁이 가열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당·정·청 중심의 사변적 논의에 그치자 각개전투로 실행에 나섰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재난기본소득은 어떻게?
재난기본소득의 지급 대상 범위를 두고 지자체별로 의견이 갈린다.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계층 또는 대상을 선별하는 지원이 한 축이다. 이와 달리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지원 개념의 의견이 있다.
사실상 지급 대상이 전체에서 피해가 큰 일부계층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여지면서 '긴급재난수당'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지자체는 조건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자고 피력했다. 그러나 재정당국이 필요 예산이 50조원에 달해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선별적 지급으로 기류가 변했다.
피해가 큰 소상공인,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서울시는 60만원, 이미 지급을 결정한 전주시는 52만원, 강원도는 40만원을 지급하기로 논의하고 있다.
반면에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인당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급방식은 현금보다는 상품권 형태에 의견이 모인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저축이 가능한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정 기간까지 소비해야하는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재원은 각 지자체가 쌓고 있는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와 경기도에 쌓여 있는 총 1조3000억원 정도의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관리기금'을 쌓아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국 재난관리기금 누적액은 3조9270억원이다.
재난기본소득은 정부가 1차 추경안에 반영하지 않자 지자체는 사실상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재원 지원을 당장 받을 수 없게 되자 자체 재원에 맞춘 '선택적 현금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서울시는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117만7000가구에 50만원을 긴급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시는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을 위해 3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비전형 근로자(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건설직 일일근로자 등)가 포함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모바일 방식의 지역사랑상품권 및 선불카드를 제공한다.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는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으로 1회를 6월 말까지 제공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국내외 경제 상황, 지자체 노력, 국민 수용도 등에 따라 검토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발표한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현금성 쿠폰 혜택 547만명, 건보료 50% 감면 485만명, 부가가치세 감면 116만명 등 지원을 받는 국민들 범위가 넓고 지원금액도 지자체 지급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대신 법인세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소비 심리가 닫힌 상태에서 현금을 푸는 것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위해 △공항사용료 한시적 대폭 인하 △과감한 규제 해제 △특별근로시간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보완 입법 △국민연금 및 4대 보험료 납부 유예 등을 제시했다.
◇경기부양책 '글쎄'…사회안전망은 효과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현금성 지원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보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부 재원 지원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가량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재난 기본소득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8.6%, '반대한다' 34.3%로 집계됐다
정책 실효성을 두고는 공방이 여전하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에는 단비가 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당장은 소비진작이 어려워 보인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착한임대인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선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원을 하겠다면 핀셋방식으로 필요한 대상에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효과는 추후 따져봐야될 것”이라면서 “경기부양효과를 떠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