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비대면)'가 화두다. 원격 근무·원격 회의·원격 진료 등 다양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언택트 활동이 활발하다.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원격지 개발 필요성이 다시 떠오른다. SW업계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SW업계는 원격지 개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SW개발자 근무여건 개선 등을 위해 원격지 개발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과제다.
업계의 끊임없는 요청에 정부가 SW진흥법 전부개정안과 전자정부법 전부개정안 등에 원격지 개발 관련 사안을 추가했지만 아직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많은 기업이 원격 근무 등을 경험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 IT 기반이 갖춰진 상황에서 안정적 원격 근무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원격 근무나 언택트 관련 움직임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지 개발이 공공과 민간에 더 확산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업계와 정부 관계자 의견을 듣는 자리를 긴급하게 마련했다. 좌담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좌담회 주제인 언택트에 맞춰 영상회의로 진행했다. 알서포트 영상회의 솔루션을 설치해 세종, 서울 등 각지에서 동시 접속해 한 시간가량 실시간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가나다순)]
△박진국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아이티센 부회장)
△송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신성철 웅진 솔루션사업본부장
△신제수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장(보건복지부 정보화담당관)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
△진충렬 LG CNS 공공전략사업단장
△사회: 김인순 전자신문 ICT융합부장
◇사회(김인순 전자신문 ICT융합부장)=코로나19 사태 계기로 원격 업무 관심이 높아졌다. 지정된 장소에서 모든 개발자가 모여 개발하는 공공 SW사업 개발 현장 우려도 계속된다. 실제 현장은 어떠한가.
◇박진국(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코로나19 확산세가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소규모 집단감염이 잇달아 나타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 SW개발인력도 콜센터 만큼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앉아 집합근무를 진행한다. 집단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됐다. 만약 원격 개발이 활성화됐다면 코로나19 등 위험으로부터 SW개발자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업계가 30년 전부터 요구해온 과제인데 아직도 원격지 활성화 논의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지금이라도 원격 개발 확대 실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기대해본다.
◇사회=업계는 수십년간 원격지 개발 도입을 주장했다. 원격지 개발, 왜 필요한가.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면 기업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조기현(유엔파인 대표)=공공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공공으로 직원을 파견해야 한다. 공공 대부분이 기관 상주를 원하기 때문이다. 파견 직원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 파견 직원 관리를 위한 소모 비용도 늘어난다. 거주지 마련부터 교통비 지원 등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기업 수익이 떨어지면 직원 적정 대우가 어렵다. 우수직원 이탈 현상이 발생한다. 원격지 개발은 이 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 상주가 아니라 기업이 지정한 장소 혹은 기업 본사에서 개발해야 악순환을 줄일 수 있다.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면 직무 중심 분업화와 공정 분리로 기업 탄력적 인력 활용이 가능하다. SW 개발자 근무여건도 개선된다. 정보시스템 구축 공정에 맞는 최적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정해 운용 가능하다.
◇진충렬(LG CNS 공공전략사업단장)=데이터 혁명으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고 있는 핵심 주체는 IT서비스 사업자다. 그러나 공공분야 SW 개발 환경은 산업화 시대 모습을 답습한다. 원격지 개발보다 발주자 인근 작업장 설치(온 사이트) 관행이 수십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원격지 개발을 도입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핵심의 양질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공 IT서비스 분야 SW 개발자가 처한 환경은 대부분 열악하다. 지방에 흩어진 공공기관 사업은 개발자 생활 근거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 출장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하고 발주자 추가 요구사항을 초과근무로 대응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선 재교육 기회도 전문성 습득도 어렵다.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면 기업마다 원격개발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원격개발센터는 개발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하고 기술집적이 가능해진다. 개발자가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돼 생산성 향상, 유사 프로젝트 선별 투입을 통한 전문성 향상을 가져온다. 고질적 병폐인 대가 없는 과업변경과 헤드카운팅 기반 사업 관리를 자연스럽게 끊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성철(웅진 솔루션사업본부장)=프로젝트 파견 중심 사업은 직원에게 원거리 근무 부담감을 주고, 본인이 일하는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본인 회사에서 자기 책상, 동일한 근무 환경, 같은 업을 하는 동료와 공간적 유대감은 직업과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회=실제 사업을 발주하는 공공 입장에서는 원격지 개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신제수(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장)=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선행돼야 할 조건이 있다. △사업관리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보안 관리 △품질 관리 등 이를 관리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전국 혁신도시 등 지방이전기관 상황에 따라 원격지 개발 의견이 다르다. 일부 기관은 업체 의견에 따라 원격지 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우도 있다. 원격지 개발을 하게 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수도권보다 열악한 지역 IT산업 상황이 안 좋아진다.
원격지 개발 도입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지만 이같이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나뉘는 부분이 있어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업계도 공공 발주자도 원격지 개발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여전히 확산은 더디다. 무엇이 원격지 개발 문화 확산을 어렵게 한다고 보는가.
◇박진국=△작업 장소 △보안 △SW산출물 활용 세 가지가 원격지 개발 확산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는 행정기관 등의 장과 사업자가 협의해 작업장소를 정해야 한다.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안시설 등의 이유로 원격개발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 과정에서 보안이 필수적인 부분은 지정장소에서 개발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를 이유로 그 외 개발 업무까지 포함해 지정장소에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SW 개발 산출물은 기업과 발주자 공동소유임에도 하드웨어까지 두고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정장소에서 개발을 할 경우에는 내부 보안규정과 똑같이 적용돼 인터넷 검색조차 안되기 때문에 망을 구축하기 위해 2∼3주가 추가로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발주자 측면에서는 사업관리, 커뮤니케이션, 보안, 품질 등 이유로 원격지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한다. 이는 온라인과 클라우드를 활용한다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보완 가능하다.
◇조기현=발주자(기관) 불신이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발주자가 사업 수행자를 믿고 맡겨야 하는데 아직 이 부분 믿음이 부족하다. 현재 SW진흥법 전면개정안에 '원격개발 근무지원 센터(가칭) 설립' 내용이 담겼다. 발주자가 우려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데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현재 센터 설립이 불투명하다. 지원센터가 더 빠르게 구축·운영됐다면 원격지 개발 확산도 속도를 낼 것이다.
◇신제수=의사소통 어려움이 크다. 사업을 진행하는데 실시간 소통이 중요한데 외부에 있을 경우 의사소통 어려움이 발생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업무 이해도가 떨어져 일하기 어렵다. 품질관리 부분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업 품질이 나올지 우려스럽다.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안 우려도 많다.
그리고 원격지 개발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도 꺼리지 않는가. 민간이 먼저 하면 공공은 따라가게 돼 있다.
◇사회=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과 민간 모두 원격지 개발 관심이 높아졌다. 공공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박진국=원격 개발 기준과 가이드가 간단하고 명확해야 한다. 원격개발 승인, 보안, 사업관리 절차(프로세스 정립, 계획과 성과 측정, 평가 방안), SW산출물 활용 등이 발주자 측면, 수주자 측면 모두 포함된 원격 개발 가이드 개발이 필요하다.
원격 개발은 정형화된 프로세스 상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하므로 발주자 업무 방식과 개발자 업무 방식이 같아야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발주자 업무 방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사업관리감독에 관한 기준이 프로세스 기반으로 작성됐듯 발주자마다 다른 업무 방식도 개발자 프로세스에 따라 점차 개선해야 한다.
원격 개발 지원 툴과 도구가 필요하다. 원격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주자와 수주자가 의사소통하는 수단인 툴이다. 현재 각 기업에서 나름대로 원격 개발 툴을 개발하고 사용 중이다. 정부 차원 개발 툴보다는 기업 툴을 개선하거나 허가하는 등 방법으로 민간 툴과 시스템을 사용해 협업과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신제수=사업 사전에 명확한 요구사항과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설계 내용이 소통 가능한 표준화된 템플릿이 마련돼야 한다.
공공기관 보안정책이 개선돼야 한다. 지금처럼 엄격한 망분리 정책 하에서는 원격지 개발 환경 구현이 어렵다. 어느 정도 원격지 개발 제도 도입 환경은 마련됐지만 실제 적용시 보안정책 등 발주기관 담당자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작은 프로젝트에 우선 도입해 성공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대형 개발 사업은 개발 환경 구성과 운영 환경 차이로 개발 이후 적용 시 또 다른 개발이 필요하다. 운영시 사업자가 외부에서 접속 가능하도록 보안 지침 개정도 필요하다.
◇사회=웅진은 언택트 프로젝트를 민간에서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택트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면서 느낀점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신성철=보통 고객은 SW기업 설계자나 기획자에게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협의한다. SW개발자에게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수인 SW개발자가 굳이 고객사 공간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개발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보안성 심의, 대외비 자료 기밀 유지, 결과물 확인 방안, 정기 보고서, 회의체 구성 등만 협의된다면 안정적으로 수행 가능하다.
만약 원격 개발 결과물 품질에 두려움이 있다면 소단위 업무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이 성과에 따라 고객사와 수행사 간 관계를 맺어가면 된다. 향후 원격 개발은 SW개발 기본 프레임이 될 것이다.
◇사회=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개발 필요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에서 적시에 정책이 마련, 집행돼야 한다. 정부는 어떤 노력을 이어갈 계획인가.
◇송경희(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정부는 SW개발 패러다임이 온사이트에서 원격지 SW개발로 확산·촉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정책과 법에 반영했다. 공공SW사업 수행 시 SW기업이 제시하는 '작업장소'를 우선 검토하도록 고시를 개정했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SW사업 원격지 SW개발 활성화 방안'을 수립·발표했다.
한국SW산업협회 'SW사업자 실적등록' 기준으로 보면, SW사업 3590건 중 1326건(36.9%)에서 원격지 SW개발이 실시됐다. 이 가운데 공공부문 39%, 민간부문 35%로 유사한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SW개발 시 원격지 SW개발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실행력을 높이도록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에 원격지 SW개발 확산과 촉진을 위한 근거를 담았고, 공공SW 분야부터 원격지 SW개발을 선도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원격지 SW개발이 활성화되도록 '원격지 개발사업 관리가이드' 개정과 원격개발센터 마련 등 주요 사안 처리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조체계를 유지하겠다. 업계·발주기관 등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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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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