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황유마저 가격 하락…정유업계 '비상경영' 돌입

[사진= GS칼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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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고부가가치 저유황유 가격마저 큰 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쟁적으로 관련 설비에 투자해 온 정유사들은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기를 미뤄야 할 처지에 몰렸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유황유 가격은 처음으로 톤당 300달러가 붕괴됐다. 기존 선박 연료인 고유황 벙커C유와 가격 차는 90달러 안팎까지 좁혀졌다. 올해 초 가격 차가 300달러 이상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셈이다.

애초 저유황유는 정유사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선박들은 황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단기 측면에서 저유황유 선호도가 훨씬 컸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관련 설비를 증설하거나 신설했던 이유다.

이런 추세라면 정유업계는 저유황유 설비 BEP 달성 시기 연기가 불가피하다. 저유황유 가격 급락이 국제 유가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를 끌어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경쟁적 증산은 정치적 이해로 해법이 쉽지 않다. 배럴당 20달러선에 머물러 있는 국제 유가는 10달러마저 밑돌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을 들여 준공한 울산 복합단지 내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BEP 달성 시기가 5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애초 SK이노베이션은 저유황유 연간 수익을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 5년 내 달성을 전망한 바 있다.

정유업계는 비상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일반 정유 수익마저 악화됐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33달러까지 떨어졌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얘기다.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저유황유 예상 매출을 당초 전망보다 50% 낮게 잡았다”면서 “최소 하반기는 돼야 시황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