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들인 전기차용 충전태그, 7만개 중 1만개 공유

국가 예산을 쓰고도 특정 업체만 독점 활용해온 전기차 충전용 전자태그(RFID)가 일부 공용으로 전환된다. 국가 예산으로 전국에 깔린 충전용 전자태그는 약 7만개다. 이 중 약 1만개를 호환시켜 다른 충전 사업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충전 환경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정부가 국가 예산을 쓰고도 시장 질서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본지 2019년 9월 26일자 18면 참조>

2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중재로 이동형 충전기 제작·서비스 업체인 파워큐브와 매니지온은 RFID 로밍에 합의했다. 이들 회사가 로밍에 관한 협의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성과다.

나랏돈 들인 전기차용 충전태그, 7만개 중 1만개 공유

두 회사가 로밍에 합의한 대상은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해 2019년 전국에 구축한 충전태그 약 1만3000개다. 지난해 파워큐브와 매니지온이 설치한 충전태그는 각각 1만개, 3000개다. 이는 정부가 전국에 보급한 충전태그 약 7만개 중 5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2017년 고정형 충전기 사각지대에 대응하기 위해 휴대가 간편한 이동형 충전기와 함께 필수로 사용되는 RFID 방식 충전태그를 보급했다.

충전용 로밍은 사용자 인증과 충전량에 따른 과금이 가능한 통신 호환 체계다. 로밍 없이 케이블 형태의 이동형 충전기를 사용하면 도전은 물론 과전류로 인한 시설물 정전 혹은 화재 위험이 크다.

이에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기 수용용량이 제한된 시설물의 무분별한 충전용 전기 사용과 도전을 막기 위해 로밍 체계를 도입했다.

이동형 충전기는 주차장 등에 220V 콘센트만 있으면 충전이 가능한 제품으로 실내 콘센트가 위치한 벽면에 붙은 RFID 태그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사용자 인식을 거쳐 충전기를 사용하는 형태다. 충전에 따른 전기요금은 충전기 소유주에게 부과돼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다른 입주민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는 2017년부터 이동형 충전기용 RFID 태그 지원비로 개당 1만5000원씩을 지원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두 회사가 로밍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작년 충전태그 보조금을 집행할 수 없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아직 6만개 충전태그가 특정 업체만 사용할 뿐 로밍이 되지 않고 있어 충전태그를 활용한 충전사업자가 추가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충전 고객의 불편함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관련 업계는 이번에 이동형 충전기 충전태그 업체 간 로밍을 시작으로 국가 예산으로 전국에 깔린 충전태그의 로밍 물량을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