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적용 수위를 3개월간 한시적으로 높이기로 한지 불과 3일 만에 '6개월간 공매도 전면금지'로 수위를 높였다. 증시 개장 후 처음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가격 안정화를 위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하는 등 연일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간 국내 증시는 말 그대로 '패닉'이었다. 주가지수는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외국인투자자는 하루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는 등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일어나면서 더욱 불안 심리가 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창 주가 고공행진을 달리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자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을 저점에 매수할 기회라며 소위 '동학개미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클수록 개인 순매수 규모가 커지는 반대 현상이 지속됐다.
증시가 연일 폭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금융당국이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간 공매도 전면금지를 내거는 초강수를 뒀지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조치가 한 발 늦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증시가 폭락을 거듭한 이후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불안정해지면서 다양한 공매도 개선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과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할만하다고 꼽는다. 홍콩은 시가총액이 약 40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 홍콩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약 5% 정도 기업만 공매도 대상이 된다. 사실상 대기업과 상당 규모 중견기업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셈이다.
일본은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개인 투자자의 대주재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별도 재원기구를 운영한다. 개인이 신용으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점을 감안해 이 기구가 중간에서 자금을 형성하고 증권사에 공급하면 증권사가 이 재원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신용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공매도가 외국인투자자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공매도 제도 전면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그러나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인투자자를 위한 장치는 분명히 부족하다. 2017년 기준 일본 개인투자자 공매도 거래금액은 전체 공매도 거래의 23.5%인데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은 코스피 0.4%, 코스닥 0.7%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오는 9월 15일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당분간 공매도 이슈는 다시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공매도 요건을 찾아내고 수정하는 방안은 계속 발굴해야 한다. 홍콩이나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면 요건 수정을 넘어 더 공격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를 넘어 근본 문제를 고치는 발전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