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개별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소규모 영상플랫폼 콰이(Kwai)를 운영하는 콰이쇼우(Kuaishou)는 텐센트로부터 20억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는 샤오우(Xiaowu) 역시 12억달러를 유치했다. 전체 투자 규모 감소세에도 유망 서비스에 대한 전략 차원의 벤처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규모 투자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벤처스퀘어가 최근 집계한 지난해 벤처투자 가운데 가장 큰 투자는 위메프의 4700억원이 최대 수치다. 이 조차도 넥슨코리아와 IMM인베스트먼트의 중복 투자 유치에 따른 결과다.
실제 지난해 국내 신규 투자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의 투자는 7건에 불과했다. 중복투자를 제외하면 5건에 그친다. 이마저도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외국계 VC, 대기업 등의 투자를 합친 결과다. 지난해 이뤄진 벤처투자 1608건 가운데 성장 단계에 접어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투자의 0.0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벤처기업협회에서는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등 주요 벤처투자 재원 가운데 스케일업 투자를 위해 쓰이는 비중이 전체 출자액의 13~40% 수준인 것으로 추정한다.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78%에 달하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특성상 스케일업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다.
개별 VC 단위 투자도 연간 1000억원을 넘기는 일이 드물다. 지난해 시리즈A 이상 단계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국내 VC는 6개사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한국투자파트너스조차 시리즈A 단계에 연간 2426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외국계 자본의 인수자금이다. 여기어때가 CVC캐피털에 4000억원에 인수됐고, 수아랩도 해외 기업에 2300억원 규모로 인수됐다. 배달의민족은 4조원이 넘는 가치를 평가 받았다.
이처럼 성장 단계에 접어든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주된 이유는 투자회수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회수 방식은 코스닥 기업공개(IPO)다.
하지만 현재 11개로 집계되는 국내 유니콘 기업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다. 상장보다는 외국 증시 상장 또는 인수합병(M&A)을 유력 회수 방안으로 검토하는 기업이 다수다.
전문가들은 스케일업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비롯 M&A 시장 활성화, 스케일업 매칭펀드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CVC 규제 완화와 M&A 활성화는 스케일업 투자 확대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사 단위의 재무목적 투자만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이끌 유인이 부족하다. 실제 중국의 콰이쇼우 투자 역시 전략 차원에서 동영상 플랫폼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텐센트 차원의 투자 검토 끝에 이뤄진 결과다.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의 전략 목적의 자금이 스케일업을 위해 시급한 이유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스케일업 매칭펀드 제도가 존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자금 유치를 할 수 있고, 투자사는 유망 기업에 자금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서 “스케일업 지원이 목적인 펀드는 보유 지분을 적절한 때 재 매각할 수 있도록 해 투자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표> 2019년 3분기 중국 신규 투자기업 (단위: 백만달러)
자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Dow Jones venture source
자료:벤처스퀘어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