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외이사 선임 '독립성' 논란

이장영.권오곤 선임안 놓고 잡음
CGCG "객관성 담보할 수 없어"
"사업적 이해관계 밀접" 시각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사기 전달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사기 전달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

롯데그룹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자리에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후보를 내세워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롯데지주 이장영 후보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과 권오곤 후보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두 후보가 재직 중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롯데 법률 자문과 소송대리를 한 이력이 있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CGCG는 “이장영 후보가 고문으로 재직 중인 김앤장은 신동빈 회장의 횡령·배임 관련 형사재판을 변호했을 뿐만 아니라, 지주사 체제 재편과 관련한 자문과 법률 대리를 맡았다”면서 “피용인이 독립성과 객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후보는 앞서 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김앤장 측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롯데지주 사외이사 선임안이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는 국민연금이 지분 7%를 보유하고 있어 이 고문의 사외이사 재임에 대한 반대 우려가 나왔다”면서 “신 회장 집행유예를 이끌어낸 김앤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하이마트 대신 국민연금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롯데지주 사외이사로 자리를 보전해주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CGCG는 같은 이유로 롯데쇼핑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오른 이재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율촌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 등을 맡았던 만큼,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롯데그룹이 이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상정한 까닭은 사업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장영 고문은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시급한 롯데 입장에선 거래소 등 금융감독기관 심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 고문의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롯데쇼핑 사외이사로 재임한 이재원 변호사 역시 서울동부지검장과 법제처장을 지닌 권력기관 출신이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자리를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우면서 대주주를 보호하는 대관 조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제도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경영진과 지배주주를 감시·견제하는 사외이사 역할에 이해관계가 얽힌 인사들을 후보로 상정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