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택근무, 이제는 정부·기업·사용자 힘 합쳐 국산 기술 완전히 정착시켜야 할 때

배희숙 한국클라우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배희숙 한국클라우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재택 근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의 중요성이 '언제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 슬로건으로 시작됐지만 선진국에서는 재택 근무로 교통 트래픽 밀도를 낮추고, 컴퓨터 사용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 및 에너지 절감 등에 비중을 둔다.

우리는 큰일에 부닥쳐야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산업 구조 변화를 일찍이 예측하고 산업이 성장하는 토양을 기획해서 지원했다. 공공에서 선제 도입하면서 고도화 작업을 공동으로 한 결과 단기간에 글로벌 전역에 확대됐다. 클라우드 환경 중심 역할을 하는 데스크톱가상화(VDI) 제품의 왕좌는 미국산 VM웨어와 시트릭스다. 이들은 데스크톱가상화(VDI) 제품으로, 급속도로 규모의 성장을 이루고 유니콘 기업으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정한 심사에서 이들을 제치는 현상이 속속 나타난다.

우리나라 인프라 망은 세계 최고임에도 클라우드 환경 도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어진 배경에는 외산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의 영업 전략이 공공과 대기업을 오래도록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대기업의 공공 참여 제한을 발표했다. 대기업이 공공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책으로 빗장을 내렸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대기업에 다량으로 살포된 외산 VDI 솔루션이 재고로 쌓이게 되면서 국내 제품의 공공 진입에 장애가 발생했다. 그동안 대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던 중소기업이 어느새 대기업의 공격 대상이 됐다. 레퍼런스를 통한 고도화 작업의 어려움이 기술 상용화 기간보다 길어지는 난관에 부닥쳤다. 당시 공공 수요처에서는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심해서 대기업 의견이 그대로 흡수되는 시기였다.

그동안 공공은 자국 제품에는 매우 인색하고 외산 제품에는 관대했다. 지금도 간혹 그러한 외산 제품의 불필요한 스펙이 암초로 작용해 국내 기업이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부는 정보기술(IT)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그러나 규제도 아닌 관행으로 인해 국가에 막대한 비용이 손실되는 부분을 정책과 행정을 통해 개선하고 지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한국클라우드사업협동조합은 중기벤처기업부 산하 단체다. 독자 기술을 보유한 경쟁력 있는 국내 기술기업 협업 공간이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기업, 유통 기업은 배제됐다. 조합은 중소기업 경영과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동종 기술 기업 간 협업을 통해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느린 물고기를 삼킨다'는 비유에 적절할 것 같다.

조합 설립 1주년도 되지 않아 눈부신 성과가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실행한 챌린지 사업은 대기업만의 전용물인 프로젝트다. 전국을 대상으로 48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해 2개 도시를 결정하는 사업이다. 경기도 부천시는 조합 내 두 돌 지난 스타트업 기업을 주관사로 선정, 최고 성적을 거뒀다. 조합과 전략 제휴한 부천시의 가치가 국토부에 전달된 것이다. 부천시는 프로젝트를 통해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서 부천시 거점으로 주변 도시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천시의 자신감 뒤에는 기술 트랜드에 속도를 늦추지 않는 실무자의 무한한 노력이 한몫을 했다. 준비된 도시의 자신감이 우리에겐 큰 응원이다.

그 뿐인가, 금융 프로젝트는 요구사항이 까다롭다. 당연히 대기업 전유물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중소기업이 주관사로 수주한 전례가 없다. 이러한 대형 과제를 지난 1월 중소기업이 계약을 마쳤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참으로 감동이다. 대기업에 검증된 경험자를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하며, 조합 내 대기업 프로젝트에 참여 경험이 있는 기업들과 시시때때 전략 회의를 한다. 휴일을 반납한지 오래다. 이들은 국내 금융 플랫폼을 해외로 이동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역량에 대하여 겸손한 자신감이 심어진지 오래이다.

이제 시작이다. 생각할수록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 가능한 일들에 우리는 왜 그렇게 먼 길을 돌아서 왔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는 디지털 혁신 전략을 수립할 때 기술 전문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더욱 꼼꼼한 계획을 세워 주길 바란다.

배희숙 한국클라우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h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