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만영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70)는 한 달 전부터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다. 1980년대부터 수십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한 번도 온라인 강의를 하지 않은 노교수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강의가 불가피해지자 학교 이러닝팀에서 온라인 강의용 자료 종류, 촬영 방식 등을 배웠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물어 봤다. 학생들에게 최대한 좋은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성 교수의 첫 온라인 강의 녹화는 무사히 끝났다. 자신감이 붙은 성 교수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성 교수는 “학생이 같은 시간에 많이 몰리면 트래픽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지만 이상 없었다”면서 “학생 반응을 즉각 알 수 있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준비할 생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럽게 대학 온라인 강의가 시작된 지 2주차. 첫 온라인 강의 전면 시행에 따라 혼선도 빚었지만 많은 교수가 강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교수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온·오프라인 강의를 융합해 수업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대학 강의 전반에 걸쳐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에 '경전TV'를 개설했다. 경희대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인공지능(AI)에 대해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강의실 문을 열었다. 누구나 AI 관련 교육 영상 수십 편을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온라인 강의는 유튜브로 하고 내용 관련 질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받는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 강의는 한 번 끝나면 다시 들을 수 없지만 온라인 강의는 시간이나 장소 상관없이 반복해서 들을 수 있고, 교수에게도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김정권 광운대 인제니움학부 교수는 베트남·중국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온라인 강의를 녹화할 때는 말의 속도를 늦춘다. 미리 수강생 국적을 확인한 뒤 맞춤형 강의를 한다. 10여년 전부터 온라인 강의를 한 경험의 결과다.
김 교수는 2007년부터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했다. 융합 강의를 자발 시도한 이유는 오프라인보다 학생들의 참여도와 학업 성취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온라인 강의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고 많은 학생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온라인 영상을 먼저 보고 그런 뒤 학생이 강의실에서 토론을 했을 때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강의 10~15분마다 질문을 낸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학생 2~3명을 지정해 들은 수업을 요약하도록 한다. 일부 학생이 온라인 수업에 접속한 후 '음소거'를 하고 실제 강의는 듣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오프라인에서는 학생들 눈을 보면서 강의를 진행하지만 온라인 강의는 반응이 적어서 오히려 수업이 일방으로 진행되기 쉽다”면서 “이 때문에 질문을 계속하면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온라인 강의에 구글 행아웃, 페이스북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툴도 활용한다.
이들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면 시행된 온라인 강의가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과거에는 못한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면서 천편일률성 대학 강의에 새바람이 불기를 바랐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온·오프라인 강의를 적절하게 융합하면 수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교수는 “향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 조합이 필요하다”면서 “학생들이 언제라도 질문할 수 있고, 강의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학생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성적 평가 논란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최 교수는 “학생이 참여한 댓글과 질문이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그대로 남는다”면서 “학생 참여도를 평가할 때 교수 기억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어 더욱더 객관 평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