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당 18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전기차 급속충전기 보급사업 신청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017년에 시작해 16차까지 진행된 보급 사업에서 신청된 충전기 수가 모집 물량의 약 30%에 그쳤다.
오는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감면제 일몰로 인한 인상)를 앞두고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신청을 꺼렸기 때문이다.
충전인프라 확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본격 확산기를 앞둔 전기차 보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보급 사업이 신청자 미달로 마감됐다.
사업은 약 50억원 규모로 연내 급속충전기(50㎾기준) 260기를 보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공모에 신청된 충전기 수는 전체 물량에 30%에도 못 미친 76기에 불과했다. 240기를 공모하는 지난해 첫 사업에 450개가 넘는 신청 수와 비교하면 상반된다. 사업은 애초 예산 기준으로 연간 4~5차례 추가 공모 사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보급 실적은 연말에 결정된다.
에너지공단 보조금 사업은 주유소, 편의점, 식당, 커피숍 등 공용 생활 시설에 설치 부지를 확보한 민간 충전 사업자에 급속충전기(50㎾ 기준)당 최대 1800만원을 한도로 총 구축·운영비의 50%를 지원한다. 보통 1500만~1600만원 하는 50㎾급 급속충전기를 포함해 공사비와 한국전력공사 불입금 등을 합치면 3500만~3900만원이 드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 GS칼텍스 약 10기를 제외하고 기존 충전서비스 사업자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뿐만 아니라 SK에너지 등 국내 주유소업계 대부분이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공모 시작일 하루 만에 2~3배수의 신청자가 몰린 이전 상황과 대비된다.
한전의 충전용 전기요금 정상화로 정부 보급 예산 소진이 어렵게 됐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민간 주도의 충전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번 사태는 민간 사업자들이 감면제 일몰로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소비자 요금을 올릴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현재 90%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구축·운영하고 있는 환경부가 소비자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인 173원(KWh당)을 유지하고 있어 민간 사업자만 요금을 쉽게 올릴 수 없다. 결국 감면 혜택이 줄어들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오르는 충전용 전기요금 때문에 이번 에너지공단의 충전기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아직까지 전기차 이용자가 10만대도 안 돼 회전율도 저조한데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운영비 등 적자가 불 보듯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전은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2017~2019년 3년 동안 면제해 온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당 2580원)'을 올해 7월 1일부터 50%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급속충전기(50㎾)의 경우 7월부터 13만원의 절반이 부과되고 내년 7월부터 75%, 2022년 7월부터 100% 각각 부과된다. 여기에 충전한 만큼 내는 사용 요금도 기존 50% 할인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전기요금 정상화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충전소)부지 확보 등 어려움으로 신청률이 저조했다”면서 “사업은 연간 4~5차례 추가로 진행하기 때문에 미달 여부는 연말에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