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증권에 한전 등 8개 공기업 특수채를 추가하고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11개 증권사를 포함했다. 이번조치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유사하는 평가다.
한은은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유튜브를 통한 설명회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했고, 일부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선진국 양적완화와 사실상 같지 않으냐는 질문엔 “시장 수요에 맞춰 수요를 전액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니냐고 한다면 꼭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은은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 추가 대응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윤 부총리는 “필요하다면 추가로 국고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한은은 매주 1회 정례 RP매입(91일만기)을 통해 금융기관이 필요한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입찰금리는 0.85%(기준금리+10bp)를 상한으로 매 입찰때마다 모집금리를 공고한다. 고정금리로 제공된다. 입찰기간은 다음달부터 3개월간이다. 첫 입찰은 다음달 2일 매주 화요일에 실시한다.
한은은 7월 이후 그동안 입찰결과와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장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금통위는 RP매매 대상 기관과 증권을 확대했다. 한은은 RP매매 대상증권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했다. 공기업 특수채와 은행채를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포함시켰다.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는 7개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과 4개 국고채전문딜러(교보증권,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11개 증권사를 추가했다. 시기는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17개 은행과 5개 비은행만이(한국증권금융,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영증권, NH투자증권)이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이었다.
한은은 이번 조치를 통해 100조원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