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제네시스가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와 경쟁할 첫 전기차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년 6월 양산한다. 기존 차량을 기반으로 한 파생 모델이 아닌 전기차만을 위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집약한 독자 모델이다. 연간 양산 목표가 2만대 이상에 달해 초기 단계인 글로벌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최근 고성능 전기차 전용 SUV 'JW EV'(프로젝트명) 개발 및 생산 일정을 협력사와 공유했다. 내년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JW EV 연간 생산 목표는 2만2000대로 잡았다. 제네시스가 선보일 G80 기반의 파생 전기차 'G80 EV(RG3 EV)' 6400대보다 세 배 이상 많은 물량으로, 전기차 불륨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JW EV는 기존 제네시스 GV 시리즈와 차별화된 전기차 독자 설계를 거쳐 테슬라 '모델X', 메르세데스-벤츠 'EQC', 아우디 'e-트론' 등 프리미엄 전기 SUV들과 직접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시스는 JW EV를 통해 앞선 기술력 과시는 물론 높은 수익성까지 노린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확대할 핵심 신차로 SUV 차체로 된 독자 모델 JW EV를 택한 것은 이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현재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은 테슬라가 모델X를 앞세워 주도하고 있지만 경쟁자가 많지 않다.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만이 전기 SUV 독자 모델을 내놓고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BMW나 포르쉐 등도 아직 전기차 전용 SUV를 개발하는 단계다.
제네시스는 JW EV를 기점으로 전기차 불륨을 확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파워트레인 전환을 가속한다. 내년에 전기차 독자 모델 JW EV과 함께 대형 세단 기반의 G80 EV, 준중형 SUV 기반의 GV70 EV 등 파생 전기차 모델을 잇달아 투입하며 전동화 라인업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JW EV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동화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한다. 내년에 등장할 현대차 'NE EV', 기아차 'CV EV'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 E-GMP는 차체 하부를 평평하게 설계, 장거리 주행을 위한 고전압 배터리와 모터를 싣기 편리하도록 최적화한다. 배터리와 같은 동력계 부품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차급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가변 적용, 1회 충전 주행거리 500㎞ 이상을 목표로 한다.
초고속 충전도 지원한다. 현재 구축하고 있는 초고속 충전소에서 고전력 충전기로 JW EV를 충전하면 2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와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급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환경 규제와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면서 “제네시스가 전기차 전용 SUV를 내놓으면 브랜드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시장 주도 대열에 합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