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비공용 충전기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한 가운데 현대차가 업계 최초로 충전기 무상 지급 방침을 세웠다.
보조금 폐지로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완성차 업계가 시행하는 첫 조치다.
정부가 전기차 민간보급 초기부터 지난 7년 간 충전기와 공사비 일체를 지원해 온 만큼, 현대차의 이번 무상 지급 조치가 다른 완성차 업체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60만원 상당의 전기차 비공용 완속충전기(7㎾급)를 무상으로 지급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대캐피탈 및 충전서비스 한곳과 지원프로그램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캐피탈 할부·리스·렌탈 고객과 현대카드를 통해 차량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이 대상이다. 현대차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고, 현대캐피탈 등 금융상품을 통해 남는 재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다만 충전기는 무상으로 지급하지만, 약 80만원 수준의 공사비는 고객 부담이다.
충전기 설치를 위해 개인전용 충전부지(주차면)를 확보하지 못한 고객에 대해서는 30만원 상당의 무료 충전카드를 지원한다.
이번 현대의 무상 조치가 정부 의존도가 컸던 국내 충전기 시장이 민간주도형 시장으로 바뀌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비공용 충전기(7㎾급) 보조금을 폐지한다. 본래 전기차를 사면 사용자가 주차면을 확보한 경우 정부 보조금(130만원)으로 충전기 구매 설치공사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전용 비공용 충전기 보급은 폐지하고,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용충전기 보급은 확대한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가 쏟아지면서 특정 개인만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보조금에만 의존하던 사업자들에게 충전설비 안정화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보조금 폐지에 따른 대책마련 중으로 일부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만이 충전기 구매를 고객 부담으로 정했을 뿐,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현대차 지원책이 기아차,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 업체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공용 충전기 보조금 폐지로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충전기 무상 제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전기차 고객도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폐지 의도와도 부합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지원하지만, 충전기와 공사비 일체를 지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