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37> 대기업 대응 전략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전자신문DB>>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전자신문DB>>

대기업은 단순히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에서 정점에 있는 존재로서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 내고 산업 형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대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습을 결정하고 빠르게 정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계에 이른 생산성을 괄목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후변화, 고령화, 자원 고갈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산업 패턴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 역시 끊임없는 혁신으로 진화하면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전문화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몇 개의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나 규모의 경제 전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전통의 대기업이 안고 있는 느린 의사결정 구조, 규모의 경제에 대한 집착, 경직된 조직문화 등의 단점을 빨리 극복하고 우수한 인력, 넓은 정보 네트워크, 문제 통합 해결 능력, 공급사슬 관리 능력 등 자산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타는 데 활용해야 한다.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못지않게 신속하고 민첩한 실행 능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내부의 작은 조직들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긴밀하게 연결함으로써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는 한편 실행 능력을 높이고 있다. 분석 소프트웨어(SW)를 채택해 수익을 1% 늘리는 것과 같이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기술을 통합하거나 융합해 혁신을 끌어내고,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성을 혁신해서 제고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과 매킨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1000여개 기업들을 조사해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는 16개 등대기업을 선정했다. 이들은 모듈화된 장비를 IoT로 연결하고 고객의 요구 또는 수요 변화에 맞춰 짧은 시간 동안에 장비의 라인업을 바꿀 수 있게 함으로써 투자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과 개방 및 협력하고, 심지어 경쟁 상대로의 잠재성이 있는 기업들과도 적극 협력하고 있었으며, 경쟁의 위협보다는 협력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하드파워에서 고객의 만족이나 가치 창출을 우선으로 하는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SW 중심 대기업들은 가치 창출에 필요한 유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제조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전략으로 하드웨어(HW)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HW 중심 대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SW 역량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최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이슈,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마찰,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생산 중단 등 가치사슬을 통째로 흔들어 놓은 상황을 겪으면서 대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함께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는 안정화 방안을 찾아야 하며, 중소·중견기업과 역량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궤도가 수정될 우려마저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정부와 협력,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향후 대기업의 사회 기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16개 등대기업이 보여 준 또 다른 특징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생긴 잉여 인력을 감원하지 않고 재교육시킨 후 새로운 업무에 재배치, 몰입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이익 창출을 넘어 가치를 창출해 내는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하며, 동시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높여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다음 주부터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영역별로 살펴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