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들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발표에 중소기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중소기업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불거진 20대 국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 국회야말로 '중소기업 국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여성경제인협회, 여성벤처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사가 비례대표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다만 각 정당의 총선 공약에 중소기업계 목소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비례위성정당 모두 구체적인 공약보다는 거대 여야 정당과의 연관성 강조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그나마 비례대표로 영입된 중소기업계 인사의 과거 행보를 통해 앞으로의 의정 활동을 어림짐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21대 선거공약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중소기업 공약은 부족하다. 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중소기업계에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시작한 중소기업계 인사 영입 경쟁이 '세 대결'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자리 몇 개로 중소기업계를 온전히 끌어안기는 역량이 달린다.
혁신 기업 중심으로 이런 우려는 더욱 크다. 사법부 결정에도 혁신을 좌초시킨 국회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강행 통과시킨 타다금지법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후보는 보이지도 않는다. 정치권의 중소기업계 인사 영입 경쟁이 보여 주기에 그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계가 21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코로나19 안팎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전무후무한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짙다.
차기 국회에 진입할 중소기업계 의원들이 들러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혁신을 꺾지 않는 국회로 거듭나려는 인식의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