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전자지급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실적은 602만건, 1745억원으로 각각 56.6%, 44.0% 늘었다. 그 중 삼성이나 롯데 등 유통·제조기업이 제공하는 각 페이(Pay) 일평균 이용건수가 490만건, 이용금액은 1389억원으로 성장을 주도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추가 인증 없이 기기에 저장된 생체정보 및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바로 결제되는 편의성 때문에 유통 시장에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고객 맞춤형 마케팅의 기초자산인 구매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업체 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자사 간편결제 시스템을 강화해 더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축적한 빅데이터로 고객의 구매 패턴까지 예측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고객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미래 유통 경쟁에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쿠팡과 이베이같은 e커머스 업체까지 자체 페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재편과 시스템 개선에 돌입했다.
1일 쿠팡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쿠페이'를 담당하는 핀테크 사업부를 분사해 자회사 쿠팡페이를 설립했다. 쿠팡 플랫폼 안에서 힘을 키운 간편결제 서비스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핀테크 사업을 전문화하기 위해서다.
쿠페이는 원터치 결제 시스템의 편의성을 앞세워 쿠팡 전체 거래액 13조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고객을 묶어두고 결제 수수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1000만명을 돌파한 쿠페이 사용자수는 현재 15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쿠페이는 쿠팡 플팻폼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오프라인이나 다른 온라인몰에서는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범용성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제휴를 통해 외부 가맹점까지 사용처를 넓힐 필요가 있었다. 결국 핀테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떼낸 것도 이 같은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경쟁 e커머스들은 사용처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1450만명 회원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는 G마켓·옥션 등 자사몰뿐 아니라 식음·패션·레저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저변을 넓혔다. SPC나 GS리테일 가맹점에서도 스마일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신라페이도 스마일페이를 기반으로 한다. 11번가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로 11페이와 T페이를 합친 SK페이를 출시한 이유도 범용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특히 간편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미래 유통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정보 수집량이 많아질수록 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 온라인 강화를 꾀하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간편결제 서비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회원수는 e커머스 업체보다 적지만 용처가 다양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 엘페이는 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10만개가 넘는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신세계 SSG페이 역시 3만8000여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롯데그룹은 이달 선보이는 그룹 통합 쇼핑앱 롯데ON 핵심 결제수단인 엘페이의 회원수를 대폭 늘리기 위해 기존 엘포인트 멤버십 고객을 간편결제 회원으로 유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엘포인트 모바일앱에서 엘페이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회원통합도 진행한다. 엘포인트 연동이 마무리되면 엘페이 회원은 단기간에 4배 늘어난 2000만에 이를 전망이다.
신세계그룹도 신세계아이앤씨에서 운영해 온 SSG페이를 SSG닷컴에 양도해 e커머스 사업 시너지를 도모한다. 그룹 역점 사업으로 키우는 온라인쇼핑몰과 간편결제 서비스를 동일 법인으로 몰아줘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SSG페이도 1일부터 가맹점 할인 행사와 신규 고객 머니 제공 혜택을 진행해 회원 수 확보에 나선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