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자본, 노동 등 기존 생산 요소를 뛰어넘어 핵심 자원으로 부각되는 것이 있다. 21세기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다. 원유가 정제와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만들 듯 데이터도 분석과 활용을 통해 무한의 가치를 창출한다. 예컨대 독일 지멘스는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라인을 재조정하는 것만으로 생산량을 8배 증대시켰다.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는 냉장 데이터 분석으로 3000개 점포의 냉장 비용을 연 20% 절감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데이터 잠재력의 일부에 불과하다. 단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활용을 넘어 다양한 원천 데이터를 융합·분석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증명한 것이 코로나19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스마트 방역 시스템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 실패를 교훈 삼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일찍이 감염병 예방 민·관 빅데이터 융합 사업을 추진했다. 즉 2017년 모든 통신사의 데이터를 통합해 세계 최초로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방지 모델'을 구축해 놨다.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겪고 있는 각국이 우리 모델을 적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도 있고 데이터도 있지만 정교한 데이터 융합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저변엔 데이터 융합 인프라 문제가 깔려 있다.
이 점에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데이터센터는 교통, 환경, 보건, 산업 등 다양한 원천 데이터를 중앙집중형으로 수집·관리·유통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하면 '감염병 확산방지 모델'처럼 각종 정보를 모아 스마트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혁신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70%)이 심각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빅데이터 대응이나 활용이 저조하다는 데 있다. 이를 방치하면 지역 데이터는 사장되고 지역 간 편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런 불균형 해소와 지역 데이터 신산업 육성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지역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통합 데이터센터가 지자체 산하 기관으로 설립돼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사회 전반에 걸쳐 수집되기 때문에 폭과 깊이에서 품질이 뛰어나다. 신사업 모델과 혁신 서비스 개발에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6개 광역시에 우선 구축하고,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초기 구축 자금은 정부가 부담하고 민·관이 공동 운영하면 확산 속도를 높이고 지역 신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둘째 지역별 데이터 융합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데이터 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기술(데이터센터 유지·관리) 기업과 활용 기업을 유치·육성해 융합단지로 확대해 나가면 신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디지털경제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 달렸다. 미래 예측을 위한 분석과 판단의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의 지급 방식에서도 디지털화폐 발행이 필요한 이유다. 복지 재원의 사용 데이터를 축적·분석해서 지원의 적정성이나 적합도·활용성 등을 분석하고, 이를 향후 정책에 반영해 효과를 높여 나가야 한다. 지역 데이터센터와 융합단지 구축은 미래 지방 생존의 필수 인프라다. 이를 통해 지역 간 디지털 불균형을 완화하고 디지털 신산업을 열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ksnoh114@kp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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