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한시 폐지하고 휴일 온라인 점포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재계의 요청에 응한 첫 번째 사례다. 어렵게 첫 물꼬를 튼 만큼 규제 완화 움직임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공산도 높아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안동시는 대규모 점포 의무휴업일을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한시 유예하고 휴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안건을 공고했다. 오는 10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거쳐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이 의무휴업일인 안동시는 이르면 이달 22일부터 의무휴업 제한을 일시 폐지할 예정이다. 이 경우 지역 내 이마트·홈플러스 안동점 등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GS슈퍼마켓, 노브랜드 전문점 등 준대규모 점포도 의무휴업 없이 정상 영업을 이어 가게 된다.
시는 의무휴업 규제가 코로나19로 내방고객이 급감한 대형마트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규제 완화 이유를 밝혔다. 또 의무휴업일에 점포 기반의 온라인 배송도 허용, 생필품 및 방역 제품의 공급 차질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긴급 제언을 통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 한시 완화를 적극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전경련은 “e커머스에 비해 각종 영업 규제로 어려움이 가중된 대형마트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한시 유예해 줄 것을 제안했다.
지난 2월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10.6% 감소했다. 확진자 방문에 따른 잇단 휴점과 코로나19 우려로 발길이 줄며 구매 건수도 16.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는 매출이 34.3%나 늘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었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의무휴업일에는 점포 기반의 온라인 배송마저 제한되며 차별 논란이 일었다. 새벽배송은 물론 산더미처럼 쌓인 주문을 앞에 두고도 의무휴일 하루 동안은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트업계는 원활한 생필품 수요·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휴일 온라인 배송을 한시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규모 점포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권한이 있는 지자체들은 그동안 업계의 지속된 요청에도 반대를 고수해 왔다. 현재까지 30개가 넘는 지자체가 대형마트 규제 완화 공문에 불가 입장을 회신했다. 주로 지역 상권 상생과 주민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권한은 있지만 지역 내 소상공인의 반발과 인근 자치구와의 형평성을 고려, 망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중앙부처의 뚜렷한 시그널 없이 먼저 나서기에도 눈치가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안동시 조치 이후 아직 결정하지 못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의무휴업 규제 완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주력하고 있는 점포 기반의 온라인 배송 등 사업 운영 전반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재계 완화 요청에 경북 안동시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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