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결정했다. 이로써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아이스크림 순으로 형성됐던 기존 빅4 체재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빙그레는 사실상 시장 1위 사업자 위치에 올라서며 롯데와 양강 체재를 구축하게 됐다.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해태제과식품의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전량을 14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 시기는 세부 사항이 조율되는대로 정해질 예정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식품이 지난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800원 수준이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제품들은 빙그레 회사명이 아닌 기존 해태아이스크림 명으로 판매된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법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식을 전량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즉 양사가 각 사업을 영위하지만 수익은 100% 빙그레가 가져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 29.0%, 빙그레 27.0%, 롯데푸드 15.8%, 해태아이스크림 15.3%(닐슨코리아 제공)로 나타났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 점유율을 42% 대로 늘리면서 시장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별도 법인이지만 롯데 계열사를 묶어 볼 경우에도 빙과시장은 롯데와 빙그레 양강 구도로 재편된다.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합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경우 롯데와 격차를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경우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고 빙과시장에서 장수 브랜드 파워가 절대적인 만큼 다수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 빙그레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빙과시장은 들쑥날쑥한 가격이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만큼 빙그레가 유통구조를 개편하고 중복 비용 제거, 공급 가격 정상화 등을 이뤄낼 경우 손익이 정상화 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누가바 등 친숙한 브랜드들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