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부터 해외 투자유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몸집이 커진 스케일업들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아닌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제값'을 받아 후속 투자까지 용이하게 하고,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투자 시장이 스타트업·스케일업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는 토종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서 상장을 하지 않은 배경과도 일맥상통한다.
스타트업들이 초기 '시리즈A' 투자 단계부터 해외로 무게를 두고 있는 데는 첫 단추 때부터 '제값'을 받기 위해서다. 한 스트타업 대표는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외국 투자자들이 인정해주는 가치가 더 크고, 투자 후 사후관리가 한국 벤처캐피털들보다 더 세련되고 일체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소셜벤처 분야 스타트업의 경우 더욱 해외 투자유치를 선호한다. 환경 이슈 해결은 유럽 등 해외서 더욱 높게 가치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스핀오프(분사)한 한 스타트업의 경우 버섯균으로 가죽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친환경 가공 공정으로 해외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프리A부터 투자라운드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면서 “국내와 해외의 가치 평가 차이가 두 배 이상 나기 때문에 해외 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후속 투자를 위해서도 해외 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싶어 한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으로 가면서 자본 규모가 큰 외국 투자사에게 받아야 할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국내 투자사 중 외국 투자사에게 포트폴리오사(피투자사)를 팔아줄 역량이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해외에서 투자 받으면 외국계 투자사들이 외국계 투자사들에게 계속 후속 투자를 유치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후속 투자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는 만큼 코스탁 등에 상장해도 저평가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업계에 깔려있다. 국내 유니콘 1호인 쿠팡이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외 국내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이 국내서 상장하지 않은 이유도 같은 배경이다.
해외 상장은 결국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목표가 크다. 나스닥 또는 싱가포르, 홍콩에 상장될 경우 해외시장 고객에게 더 인정받기 유리한 조건이 된다.
한 스타트업 CEO는 “보통 스타트업들이 시리즈A, B를 거쳐 C 정도의 밸류 투자단계까지 가게 되면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게 된다”며 “그때 투자사가 외국계면 나스닥 상장에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