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사스와 메르스와는 다르게 발병 초기 전염력이 강하고, 게다가 연구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도 있다. 코로나-19는 마치 인간을 전염시키기 위해 진화한 바이러스 같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이 강한 이유를 알아야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을 터. 과학자들은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뛰어 넘는 코로나-19의 급속한 전염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강한 전염성의 열쇠
먼저 코로나-19의 구조부터 살펴보자. 코로나-19는 유전물질인 RNA와 막, 그리고 마치 왕관이나 돌기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는 이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를 이용해 인간 세포에 있는 'ACE2'라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바이러스가 세포와 결합하면 숙주 세포가 단백질 가위로 스파이크를 자르는 데, 이때 침투하는 것이다.
최근 제이슨 맥렐란 미국 텍사스 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사스보다 최대 20배나 더 인간 세포와 잘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온전자현미경으로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0.35nm(나노미터, 1나노미터=10억 분의 1m) 해상도로 3207회 촬영해 분석했다. 관찰 결과 스파이크 단백질은 가운데에 몸체가 있으면 그 양쪽으로 돌기가 나 있는 삼량체 형태였다. 삼량체란 3가지 서로 다른 단백질이 결합한 복합 단백질을 말한다. 이 단백질에는 수용체 결합 영역이 있고 세포의 ACE2에 쉽게 달라붙을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의 표면과 ACE2 수용체는 서로 결합하려고 하는 친화도가 매우 강했다. 연구팀은 이런 강력한 친화도가 사람 간 감염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 숙주 세포에서 단백질 가위로 작용하는 단백질인 '푸린'도 전염성을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푸린은 생물의 몸에서 소화나 호흡 같은 화학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이다. 다양한 포유류, 바이러스, 세균에서 효소의 반응물인 기질을 절단하거나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푸린이 전염력과 관련되는 이유는 이 물질이 폐, 간, 소장 같은 여러 인간 조직에 광범위하게 있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19가 여러 조직에 있는 세포에 침입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연구진들의 논문에 따르면 사스에서는 푸린에 반응하는 부위가 없었지만 코로나-19에는 있다.
◇코로나-19의 구조는 또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열쇠
코로나-19의 구조와 강한 전염성에 대한 연구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에 도움을 준다. 감염을 막고자 한다면 코로나-19와 숙주 세포의 결합을 방해해야 한다.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중인 백신 후보물질인 전령RNA(mRNA)-1273이 이런 역할을 한다. 전령RNA(mRNA)-1273은 코로나-19의 유전 정보를 담은 전령RNA를 주사해 그것과 똑같이 생긴 가짜 스파이크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기 한다. 그럼 이 가짜 스파이크 단백질 덕분에 우리 몸에 있는 면역 세포들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가짜 수용체를 만드는 것이 있다. 이는 인위적으로 코로나-19와 결합하는 ACE2 수용체를 만들어 우리 몸속에 주입하는 것이다. 그럼 코로나-19가 침투해도 가짜 수용체와 결합하므로 코로나-19는 얼마 못가 사멸하고 말 것이다.
지금 국제 공중 보건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따라서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야만 한다. 지금도 세계의 방역당국과, 과학자, 의료 종사자 등은 바이러스를 무찌르기 위한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밤을 지새고 있는 그들에게 응원과 희망을 보낸다.
글: 이인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