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로봇기업들이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로보틱스와 고영테크놀러지를 필두로 로보티즈, 유진로봇, 로보스타, 티로보틱스 등이 R&D 투자를 전년 대비 확대했다. 로봇업계가 불황과 실적 악화를 탈피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신사업 투자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로봇기업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부문)와 고영테크놀러지, 로보티즈, 유진로봇, 로보스타, 티로보틱스 등이 지난해 R&D 투자를 전년 대비 강화했다.
물적 분할에 앞서 올해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현대로보틱스와 함께 LG전자·밀레 등 대기업 투자를 받은 로봇기업이 주로 R&D 활동을 확대했다. 또 침체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벌이는 기업도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오는 5월1일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물적 분할을 앞두고 대규모 신제품 출시를 위한 R&D 투자를 강화했다. 지난해 125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R&D 비용은 2018년 87억원보다 38억원 순증했고, 2017년 61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R&D 비용을 확대했다. 산업용로봇과 제어기, 협동로봇 등 갖추고 있는 대부분 로봇 라인업에 대한 R&D 투자를 단행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SMT 신장비와 기계제품 가공후 검사기인 MOI(Machining Optical Inspection), 의료 로봇 등 신사업 분야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R&D에 314억원을 투자했는데, 2018년 300억원과 비교해 14억원이 늘었다. 매출액 중 R&D 비율로 보면 2018년 14.6%에서 지난해 17.7%로 대폭 확대했다.
로보티즈도 실외 자율주행 로봇과 액츄에이터(구동장치) 등 성장동력 분야 R&D를 강화했다. 지난해 35억원을 R&D에 투자해 2018년 29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금액은 다른 회사보다 적지만 매출액에서 R&D에 투자하는 비중은 약 14%로 높다. 특히 지난해 실외 자율주행로봇이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으면서 관련 R&D 활동도 확대했다.
유진로봇은 3D 라이다(Lidar) 센서 등 라이다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솔루션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R&D에 63억원을 투자해 전년 57억원보다 약 6억원 늘었다. 유진로봇은 2016년 R&D에 41억원을 투자한 뒤 지난해까지 R&D 비용을 지속 늘렸다. R&D 인력도 2018년 70명에서 지난해 81명으로 확대했다.
이외 로보스타도 지난해 R&D 비용 33억원으로 2018년 28억원보다 늘렸다. 티로보틱스도 지난해 16억원을 투자, 2018년 14억원보다 금액이 소폭 증가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로 전환했지만 R&D 투자 고삐는 늦추지 않았다.
지난해 로봇업계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제품과 R&D 투자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유망성이 큰 분야가 많은 업계 특성상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R&D 투자 활동이 지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R&D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LG전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로봇기업이 R&D 투자를 확대했다.
로봇업계 한 전문가는 “불황이 오더라도 업계가 움츠러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다만 정부 R&D 과제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기업이 있어서는 안 되고 자체 투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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