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효과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구충제'가 이번에는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는 구충제가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전도 확인되지 않은 만큼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온라인을 타고 벌써부터 사재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호주 모내시대 생의학발견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세포 배양된 코로나19가 이버멕틴에 노출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이 소멸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항바이러스 연구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버멕틴은 구충제 성분이다. 이, 옴, 강변 실명증, 분선충증, 림프사상충증 등 기생충 질병 치료 약물이다. 이버멕틴은 미국식품의약국(FDA) 구충제로 승인받았으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도 포함됐다. 대체로 구충제는 기생충 미세 단백질과 결합해 기생충 체내로 포도당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에너지 공급을 고갈시켜서 성충, 알, 유충의 살충 작용을 한다.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진은 코로나19 이버맥틴의 항바이러스 활동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포에 코로나19를 감염시켰다. 해당 실험에서 이버멕틴을 투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4시간이 지나자 바이러스 RNA가 93% 감소했다. 48시간 이후 바이러스 RNA는 5000분의 1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이버멕틴이 어떤 과정으로 코로나19를 약화시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체 대상 임상시험도 진행되지 않았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이버멕틴의 작용 기전은 알 수 없지만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방어력을 약화시키지 못하게 차단한다”면서 “이들 결과는 세포배양 실험에서 나온 결과로, 코로나19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충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강아지구충제(펜벤다졸)가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자 해외 직접구매,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버멕틴도 이미 온라인 등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아직까지 구충제와 항암, 코로나19 치료 기전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밝혀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부작용 위험도 크다. 약학정보원은 이버멕틴의 다양한 사용처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임부 투여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과량 투여로 인한 발적, 부종, 두통, 무력, 오심, 구토 등도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복용 등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 등 전문가 소견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번 연구가 세포실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해당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효과 등 입증이 필요한 실정이다. 의약품 허가는 세포실험 이후 동물실험과 인체 임상 1상, 2상, 3상 등 과정으로 진행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일 “이버멕틴이 어떤 기전을 통해 바이러스를 사멸하는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 “바이러스 자체를 억제하는 것인지 약물 자체가 독해서인지 등 시험관실험만으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