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의 운영 규모를 갖춘 KT가 국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일단 철수한다.
한국전력공사의 충전용 전기요금 인상,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 시장 환경이 나빠지면서 국가 충전서비스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국내 첫 사례다. 충전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시장 여파가 다른 충전사업자로 번질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2017년부터 수행해 온 환경부 충전사업에서 손을 뗀다. KT는 지난 1일 환경부 충전사업자 신청 응모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부터 국가 충전사업이 개방형으로 바뀌며 평가 후 사업자 선정에서 신청 접수 방식으로 변경됐지만 기존 국가 충전사업자 13곳 가운데 KT만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KT는 2017년 사업 초기부터 정부가 지정한 국가 사업자로 전국에 구축·운영하고 있는 공용 완속충전기(7㎾급) 수는 약 6600기다. 국내 10여개 국내 충전사업자 가운데 파워큐브(약 8500기), 지엔텔(약 7600기)에 이어 3위의 운영 규모다. KT가 지금까지 운영해 온 충전인프라와 운영·관리 등은 KT 계열사인 KT링커스가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중도에 충전사업을 포기한 건 오는 7월 1일부로 한전의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 정상화' 시행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충전용 전기요금은 향후 2년 동안 차례로 3~4배까지 오르면서다. 충전에 따른 사용 요금 인상도 업계나 소비자 모두 부담이지만 충전 사용이 없는 충전기에 매달 지불해야 하는 기본료(1만5000원) 항목이 사업자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전기 구축 등 시설 투자금 전부는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지만 이후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KT는 충전업계 경쟁사인 한국충전서비스의 지분 20%를 확보하며 직원 파견 등 불공정 시장 환경을 제공했다는 눈총을 받아 온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KT 관계자는 “시장 환경 악화로 올해 사업은 일단 보류하고, 기존 충전인프라는 KT링커스를 통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계속하게 된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충전사업에 다시 나설 수도 있는 만큼 (충전)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국가 충전사업자 자격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정한 13개 사업자만 국가 보조금을 받고 충전기 설치와 운영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특정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국가 충전 사업자에는 전국 공용 충전인프라 구축 시 충전기(완속·공용)당 350만원을 지원한다. 또 환경부가 전국에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는 충전인프라(급속) 등 정부 정보망과도 연계, 각종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