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이 정부 차원의 공공 배달앱 도입 확대로 번졌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정부 주도의 배달앱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사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독점 사업자의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민간이 키운 새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회의에서 “플랫폼 경제에서는 독과점 기업에 의해 경제적 약자에 대한 착취나 수탈이 일상화될 수 있다”면서 “정부 역할에 맞는 공공 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 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을 반영해 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는 한편 신용카드 수수료 제한처럼 독과점 기업의 가격결정권에 대해서도 입법 제한을 해 달라고 국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경기도 외 각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도 공공 배달앱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배달앱'이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공동 재화, 즉 공공재 성격임을 전제로 한다.
지원도 민간 배달앱이 가맹점에 부과하는 가입비·광고비·수수료를 없애고 지역 상품권과 연계,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는 내용으로 유사하다.
서울에서는 광진구가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공공 배달앱 '광진 나루미' 개발 계획을 밝혔다. 테스트와 시범 운영 과정을 거쳐 오는 하반기 중에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광진사랑상품권 결제 시 최대 15%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제로페이·신용카드·현금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지원한다.
경북 지역에서도 경북도경제진흥원이 공공 배달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가입 축하 포인트를 지급하고, 기존 민간 배달앱의 편의 기능도 함께 탑재할 계획이다. 인천 서구, 울산 울주군도 공공 배달앱 개발에 예산을 편성하며 자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에 나서면서 지역구인 경기 수원시에 공공 배달앱 '더불어앱'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수원시 '수원페이'와 연계해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배달음식 외에도 마트, 꽃, 숙박 등 수원시 내 1만7000여개 도소매업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경기 안양 및 충청 청주 지역에서도 공공 배달앱 출시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들이 등장했다.
이번 논란은 배달의민족이 자초한 면이 있다. 요금 체계 변경으로 영세사업자 대부분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즈가 배달의민족을 합병하게 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향후 추가 수수료 인상 등 경쟁 없이 이익을 키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심사에서도 중요한 판단 잣대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의 민간 시장 개입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거래법 등 현행 법령을 통해서도 정부가 충분히 시장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조율자가 아니라 직접 선수로 참여할 경우 서비스 질 저하 등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몇몇 정부 주도 사업은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니 민간사업자에 비해 기술력에 뒤지면서 이용자 효용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스타트업·소상공인 사업을 관할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명확한 입장 표현을 유보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바꾼 게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봐야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