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 해외결제가 급감했다. 지난달 카드사 해외결제는 전년 동기 대비 많게는 40% 폭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하늘길이 막힌데다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연간 24조원 규모의 국내 카드사 해외결제 매출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7일 본지가 입수한 카드사 해외결제 승인 건수 비중을 보면 지난달 기준(3월 1∼20일)으로 A카드사 해외결제는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다. 전월과 비교해도 32%나 해외결제가 감소했다.
3월은 국내외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본격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는 많게는 1000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왔다. 팬데믹 선언과 각 나라 입국금지 정책이 발표되면서 주식시장 역시 폭락하는 시기였다.
다른 카드사 상황도 마찬가지다. B카드사는 전년과 비교하면 해외결제가 41.1% 급감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28.7%나 줄어 30%에 달하는 해외결제가 날아갔다. C카드사는 전년 대비 24.3%, 전월과 비교하면 16.7%가 줄었다. D카드사는 전년과 전월 모두 10%가량 해외결제가 감소했다.
카드사에 있어 해외결제는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하는 시장이다. 해외여행과 해외직구가 보편화하면서 해외결제가 급성장했다. 지난해 기준(잠정치) 내국인 출국자 수만 2871만명에 달한다.
해외직구는 더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체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해외직구 규모는 2조원(15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20% 성장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이 2523억달러에서 전년 대비 4%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성과다.
해외여행과 해외직구 성장은 카드사의 해외결제액 상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사용액은 189억달러(약 23조940억원)에 달한다. 전년 192억달러(약 23조4600억원)와 비교하면 다소 감소했지만 지난해를 제외하면 2009년부터 오름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카드사 해외결제 부분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전체 카드사 매출에서 해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 여파가 지속된다면 단순 추산으로 해외결제 매출액이 10조원가량 줄어들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업을 비롯해 항공업까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환율까지 급상승하면서 해외직구를 꺼리는 소비자까지 늘고 있다. 특히 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이 낮아진 카드사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국내외 지급결제 시장 성장에 따른 매출 수익으로 카드산업이 유지됐다고 봐도 무관하다”면서 “현재 나오는 수익에서 조금만 삐끗해도 인건비나 판매관리비 등이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여행이 줄어들면 해외서 쇼핑을 하거나 호텔을 결제하는 등 해외결제가 급감하고 이는 카드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올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결제가 줄어드는 추세를 볼 때 카드사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해외여행 자제...쇼핑 등 결제 줄고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