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킥보드 업계가 현행 '독리스(Dockless)' 방식을 고수하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공유 킥보드 이용 후 특정 구역에만 주차를 허용하는 '지정구역 주차제' 도입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용자 불편 해소나 도시 미관 정비가 시급하다고 보는 서울시 기대치가 높아 합의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공유킥보드 업계에 킥보드 무단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책 마련을 요청했다. 업계가 지정구역 주차제 도입에 대해 수용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공유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독리스 방식을 전면 금지할 경우 산업에 미치는 타격이 매우 크다는 것에 서울시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안에 대해서도 지정구역 주차 방식에 준하는 효과를 바라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가 내놓은 대안 중 하나는 킥보드 반납 상태를 이용자가 사진으로 매번 인증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 공유 킥보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반납처리 혹은 기기와 이용자 거리가 멀어지면 자동 반납되는 시스템을 쓴다. 반납 과정에서 사진 촬영을 의무화할 경우 이용자가 기기를 길거리 한가운데 방치하거나 폐쇄된 지역에 숨기는 행동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일부 업체는 기기 관리를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자체 도입한 상태다. 다른 방식에 비해 적용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비교적 이용자 반감도 크지 않다고 평가된다. 기기 수거팀이 사진 정보를 통해 기기 위치를 파악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른 대안은 공동 민원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킥보드 주차 민원은 관할구나 지자체에서 신고를 접수된 뒤, 담당자가 개별 업체에 통보해 수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자체 업무 부담이 과중하고 업체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이다. 통합된 민원 접수 창구를 두고 대응 시 체계가 일원화되고 수거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용자에게 주차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행 독리스 방식을 유지하되, 지정 구역에 주차할 경우 포인트나 쿠폰 혜택을 부여하자는 '하이브리드' 방안이다. 지역 상점이나 프랜차이즈 매장과 협의를 통해 주차 구역을 마련하는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문제는 자정안이 마련돼도 모든 업체에 일괄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코리아스타트업 산하 퍼스널모빌리티서비스협의회에 가입한 회원사는 약 11개 업체로, 회원사가 아닌 일부 외국계 기업이나 소규모 업체는 특정 정책을 강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참여하지 않는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생긴다. 아울러 공동 대응이나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 시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드시 지정구역 주차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에 준하는 대안을 업계가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같이 강구해 보자는 의도”라며 “대응 가능한 방안이 나온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