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음료 업체가 외형을 키우고 미래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 없는 접근이나 트렌드에 따라가기 급급한 조급한 사업진출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다.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겨냥한 접근은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사례다. 창업주인 김선권 전 회장은 2008년 창업 후 한때 커피전문점 1호 상장사 타이틀까지 노릴 정도로 시장을 확대해 갔다. 오픈 2년만에 300호점을 돌파한 카페베네는 스타마케팅과 2030세대가 선호하는 유럽풍 인테리어 등을 앞세워 2012년 7월에는 800호점을 돌파했다. 매출액도 2207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커피 사업이 승승장구하자 카페베네는 해외진출과 외식업에 눈을 돌렸다. 현지법인과 합작형태로 진출했던 중국은 물론, 미국 진출까지 실패하면서 막대한 투자금 손실을 입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와 제과 브랜드 '마인츠돔',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 등 영역을 확대해 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디셈버24는 6개월여만에 사업을 접었고 마인츠돔과 블랙스미스는 베이커리, 외식사업이 중기적합업종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철수했다.
결국 사업시작 7년8개월만에 김 전 회장은 물러났고 창업 9년째를 맞이한 해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이후 9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조기졸업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도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다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다양한 유통 모델을 실험하기 위해 일본 돈키호테를 본뜬 '삐에로쑈핑',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 등을 론칭했다. 하지만 매출부진 등의 이유로 삐에로쑈핑은 1년 만에 7개점 전체 순차적으로 폐점에 들어갔다. 지난해 연말까지 18개 매장을 접은 부츠는 올해 3월초까지 남아있던 11개 매장도 줄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결단이다.
백화점·마트·수퍼·롭스 등 빠른 속도로 매장을 확대했던 롯데쇼핑도 총 700여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개 점포를 정리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한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해 기존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있다”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따라가기에 급급한 신사업 진출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