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새 먹거리를 찾으면서 경계가 채널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발길이 뜸해진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불황 탈출을 위한 자구책으로, 고객 니즈에 따른 영역 확장으로 제각기 움직인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유통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의 흐름은 온라인에서부터 시작했다. 주력 서비스에서 확장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에서 연관 가전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특유의 꼼꼼한 제품 검수 절차가 고객 니즈를 움직였다. 마켓컬리 댓글에 '신선식품 검수하는 것처럼 조리할 수 있는 제품도 추천해서 팔아달라'는 요구가 늘어났다. 토스트부터 시작한 가전 판매는 인덕션, 블렌더, 에어 프라이어 등 주방가전부터 공기청정기, 스피커, 청소기 등 생활가전으로 확장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큐레이션하면서 이달 6일 현재 88개 종류를 취급한다. 컬리는 올해 상품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배달의민족은 초소량 바로배달 서비스인 'B마트'를 지난해 11월 오픈했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를 타깃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간편식을 판매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면서 취급 품목도 늘렸다. 과일, 샐러드 등 신선식품과 생필품, 반려동물 용품 등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을 갖췄다. 현재 판매하는 배달 품목은 3600여가지가 넘는다. 배달 시간도 1시간 이내로 줄이고 서울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이 용이한 위치를 거점으로 16개 도심형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올해는 인천을 시작으로 수도권으로 배달지역을 확장한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온라인 유통업계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7.5% 줄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분기점이었던 2월 18일 이전과 이후를 종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개학 연기와 재택근무가 확산된 3월 통계에서는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는 모바일 생방송 프로그램 '하트라이브'를 론칭했다.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제품을 거래하는 일종의 모바일 홈쇼핑 서비스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패턴이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밀레니얼 세대 및 매장 방문을 꺼리는 일반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1일 생방송 1회차에선 게이밍 기기 추천 콘텐츠가 진행됐다. IT제품 리뷰 전문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X박스는 준비한 물량 200대가 매진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연, 제품 관리 노하우 등 소비자와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며 새 먹거리를 찾는다.
롯데쇼핑은 '주택건설사업'과 '전자금융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주택건설사업은 광주 롯데슈퍼 첨단점 부지를 재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200여개 점포를 정리한다고 밝혀 폐점 유휴 부지 개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금융업은 28일 정식 오픈하는 '롯데ON' 판매중개사업을 위해서다.
이마트는 '전기차충전사업을 포함한 전기 신사업 및 전기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이로써 전기차 충전사업과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화 했다. 전국 90여개 매장에 완속 충전기(7㎾급) 500기 이상을 선제 구축한다. 현재 이마트는 115개 매장에서 급속 충전기(100㎾) 330기와 완속 충전기(7㎾) 140기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향후 이마트 매장을 차량공유 서비스의 거점, 공유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홈플러스는 강서점, 가양점, 금천점 등 3개 매장에 중고차 업체를 입점시켜 판매를 시작했다.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 규제를 받고 있는 대형마트가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기존 중고차 업체를 입점해 서비스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피했다. 입점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고 주차장 유휴 공간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편의점들은 '듀얼 스토어'로 고객 발길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소비자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적은 투자로 수익성을 올리는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음료점, 외식 브랜드에 이어 피트니스센터까지 도입하며 새 먹거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유통 대기업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기술과 융합하는 시도 자체가 소비자 편의성 확대는 물론 성장동력을 찾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단순히 온오프라인 채널의 구분을 넘어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체 새 먹거리 현황(자료: 업계)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