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넘자]'코로나19' 불안에도 '사재기 대란' 막은 택배 서비스…빅데이터가 증명

CJ대한통운이 택배 데이터를 바탕으로코로나19가 확산된 2월 2주~3월 2주의 비상물품 항목 물량 증감률을 9일 공개했다. 31번 확진자가 발표된 2월 18일(2월 3주) 이후 물량이 증가해 2월 4주에 전주 대비 큰폭으로 상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데이터를 바탕으로코로나19가 확산된 2월 2주~3월 2주의 비상물품 항목 물량 증감률을 9일 공개했다. 31번 확진자가 발표된 2월 18일(2월 3주) 이후 물량이 증가해 2월 4주에 전주 대비 큰폭으로 상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코로나19 31번 확진자 발표 전후 택배 데이터 분석코로나19 재택근무 본격화 전후 택배 데이터 분석

안정적인 택배 시스템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도 사재기 대란을 막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감염 폭증 진원지로 지목되는 31번 확진자 발병 직후 생수, 라면 등 비상물품에 대한 '사재기성 주문'이 사흘간(2월 21~23일)간 진행됐지만 배송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주문량이 줄어들고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택배 서비스는 단순 배송을 넘어 필수 생활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송장 정보를 바탕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2월 첫주~3월 둘째주(2월 1일~3월 14일)에 배송된 상품 1억80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9일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31번 확진자 발생 직후 생수, 통조림 등 비상물품 주문량은 전주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불안감이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통조림은 2월 셋째주(16~22일) 4만건에서 넷째주 14만건으로 3배, 라면은 12만건에서 31만건으로 두배 이상 폭증했다. 박스 단위로 배송되는 택배 특성에 비춰보면 통조림이 박스당 통상 24~36개, 라면은 박스당 보통 30개로 최소 280만개 통조림과 930만개 라면이 배송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 사재기' 현상은 해당 물품에 대한 안정적 배송이 지속되면서 곧바로 사그라들었다. 2월 넷째주 전주대비 2.5배 가까이 늘어났던 라면 배송량은 3월 첫째주(1~7일)와 둘째주주(8~14일)에 각각 39%, 33%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2월 넷째주에 2.5배로 늘었던 생수도 각각 41%, 25%씩 줄면서 평시 수준으로 선회했다.

재택근무가 본격 확산된 3월 2일(3월 1주) 이후 홈쿠킹, 홈카페 관련 항목이 전체 물량 증감에 비해 큰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재택근무가 본격 확산된 3월 2일(3월 1주) 이후 홈쿠킹, 홈카페 관련 항목이 전체 물량 증감에 비해 큰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함께 CJ대한통운은 정부가 헬스클럽, 주점 등 체육, 유흥시설 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면서 '집콕족'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홈카페 관련한 상품인 커피메이커, 믹서기의 판매가 크게 늘었고 튀김기, 요쿠르트 제조기 등 홈쿠킹 관련 항목도 역시 3월부터 주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과 전시 중단으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도서, 음반 분야 배송 물량도 2월 넷째주 170만건으로 전주대비 13% 증가했다. 도서·음반의 경우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째~둘째주에 크게 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주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택배를 기준으로 전체 물량은 3월 첫주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인된 2월 넷재주엔 전주 대비 22% 증가한 3200만개를 나타냈고,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3월 첫주엔 3300만개까지 늘어나면서 주간 물동량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3월 둘째주엔 전주 대비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하루 택배 처리량은 3월 2일 960만건으로 국내에서 택배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단일 기업 사상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국내 1위인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 시장 점유율은 47.2%였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류 빅데이터 정보로 세밀한 트렌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2018~2019년 처리한 택배 물량 총 25억5000만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상생활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다. 택배 송장의 731개 물품 세분류를 바탕으로 한 국내 최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와 일상생활의 다양한 트렌드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