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적자전환 위기…임대료 감면 '배수의 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이 텅 비어있다./사진=연합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이 텅 비어있다./사진=연합

면세업계가 코로나19 충격으로 대규모 적자전환 위기에 내몰리면서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을 놓고 사업자와 인천공항공사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와 신라가 인천공항 우선협상대상 지위까지 포기하며 강수를 던진 만큼, 업계와 공사 간 줄다리기도 장기화될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등 주요 면세점은 올해 1분기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텔신라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281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면서 면세사업에서만 220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 손실 대부분은 공항점에서 나왔다. 95%에 달하는 인천공항점 매출 감소폭과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아웃바운드 영향을 많이 받는 면세점은 이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입국 제한과 항공기 노선 감소에 따라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출국장 면세점은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갔다.

매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던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폭풍에 석달도 채 버터질 못했다. 작년 3월 매출 2조1656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대 벽을 넘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반토막났다. 올해 3월 매출 규모는 1조원을 하회할 전망이다.

결국 시내점보다 대부분 손실이 반영된 공항점 비용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게 면세점 사업자들 주장이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6개월간 20% 감면해 주기로 했지만, 정작 면세점들은 임대료 할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항공사 측이 내년도 감면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전년도 여객 증감률에 따라 최대 9%까지 증감해 책정하는데, 올해 여객수 감소에 따른 특별 감면을 해준 만큼, 내년 임대료 9% 감면은 포기하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내년 여객수가 정상화되면 이듬해인 2022년에는 9% 상승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사실상 감면의 실익이 없어지는 셈이다.

결국 롯데와 신라는 오는 8월 계약기간이 끝나는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사업권 포기라는 강수를 뒀다. 지난번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의 임대료 체계로는 계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찰 후 재입찰 가능성은 열려있는 만큼, 공사 측이 임대료 조건을 바꾼다면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면세점업계는 최저수익 보장액을 대폭 낮추거나 임대료 체계를 매출과 연동된 영업요율 형태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생색내기나 조삼모사 대책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상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