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에 나설 전망이다. 한은이 일반 증권사를 상대로 대출을 허용하고 담보로 회사채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런 내용의 긴급대출 프로그램 초안을 정부와 논의중이다.
'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 등 영리기업에 여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 4명 이상의 찬성이 전제된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전 정부 의견을 먼저 듣도록 규정하고 있어 현재 정부와 논의중이다. 한은은 정부 의견을 받는 대로 이번 주 금통위에서 이 방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9일 금통위 회의 후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실시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은과 정부 실무자급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증권사 대출은 회사채를 담보로 한 첫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와 채권시장에 동시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은행 외 대출한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증권금융(2조원 대출)과 신용관리기금(1조원 대출)이 있었다. 한은이 일반 증권사를 상대로 대출을 허용하고 담보로 회사채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은행에 대한 대출에도 국채와 정부보증채,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저당증권(MBS) 등만 담보로 인정하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위원들 중 4명의 임기 만료가 20일로 예정돼 그전에 대책 발표 가능성 높다”며 “한은 대출은 단기자금시장에 단비”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를 매각하지 않고 한은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 범위와 금융채 포함 여부, 대출 기간 등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라며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의지를 감안할 때 최대한 포괄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