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의존한 의류 벤더사, 코로나19 변수에 휘청

주문 급감, 선적 지연 등 2~3분기 타격 장기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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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코로나19 타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등 주요 거래선 수주가 줄어들고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해외 수출 관련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미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세실업, 신성통상 등 국내 OEM업체들은 선적 지연과 오더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사업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지 바이어 주문이 급감하고 생산기지 가동이 멈추는 등 올스톱 상태다.

OEM 방식의 수출을 통해 성장해온 국내 의류 벤더사 입장에선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세실업은 갭, 올드네이비,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 ODM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는데, 전체 매출의 92%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주·유럽 바이어에 동남아·중남미 생산 구조 덕에 1분기 중국발 코로나19 영향은 피해갔지만, 지난달부터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2분기부터 급격한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실제로 현지 매장이 줄줄이 휴점하면서 바이어들은 국내 벤더사에 주문 취소·선적 지연을 요청하고 있다. 단가가 높은 겨울 제품 납품을 시작하는 계절 성수기인 2·3분기에 코로나 타격이 집중된다는 점도 OEM사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한세실업 주당순이익 예상치를 43% 하향 조정했다. 미국 소비위축 여파에 올해 영업이익도 기존 예상치 900억원보다 38.5% 낮춘 5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성통상도 해외시장 악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신성통상의 작년 하반기 매출 5722억원 중 2097억원이 수출 매출이다. 3월 들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취소되고 선적이 지연되면서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실제 2억달러 규모의 물량 주문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 또 최근 두 달 동안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생산 공장 가동마저 중단되며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 수출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워지면서 각 업체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본부 소속 직원 25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이는 전체 수출본부 인원 220명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주부터 비상경영대책 협의에 들어간 한세실업도 신입사원 공채를 면접을 앞두고 중단했다.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원그룹은 해외사업부 소속팀 1개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 브랜드 개발보다 OEM 방식에 의존한 의류 벤더일수록 해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이라며 “외부 주문에 수익 대부분을 맡기는 구조로는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