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표준 용어'로 의료 빅데이터 돕는다

복지부 '스노메드 씨티' 도입 예산 확보
보건의료정보원서 세부 실행 업무 담당
"의료 고도화·상호 운용성 충족" 환영
10년간 개발 '코스톰' 연계·활용 숙제

정부가 의료 용어의 글로벌 표준을 도입해 의료 빅데이터 확산에 나선다. 정부가 세계 80여개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표준 임상용어 체계 '스노메드 씨티'(SNOMED CT) 라이선스를 직접 구매해 의료계에 공급한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료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표준의료용어체계인 스노메드 씨티 라이선스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 본격 적용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출범한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스노메드 씨티 활용 등 세부 실행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의료용어체계 확립은 그동안 의료정보 분야에서 꾸준하게 제기해 온 숙원 사업이다. 기존에도 한국의료표준용어(KOSTOM·코스톰)가 있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코스톰이 보건의료에 사용되는 모든 용어를 개념 단위로 정리하고 코드를 부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질병, 병균, 장비 등 의료 행위와 관련한 것에 대해 의료인 스스로 분류해야 하는 등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쌓기 어려웠다.

스노메드 씨티는 자동 매핑 기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분류 체계가 다양하다. 실제로 환자 상태에 따른 의료 행위에 따라 9가지 세분화된 질병에 해당하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의료진은 자동 매핑되는 시스템을 선택하면 된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에 따라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등 의료 행위 고도화가 가능하다. 이들 체계는 세계 80여개국이 활용하는 국제 표준으로, 국가 데이터 교환 등에도 용이하다.

박현애 대한의료정보학회장은 “현재 국내에서 기록하는 의료 행위는 다양한 수술 행위, 처방 등이 큰 단위로 묶여 있어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면서 “스노메드 씨티는 다양한 영역의 용어를 구조화해서 입력할 뿐만 아니라 처방 단위까지도 분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임상의사도 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 스노메드 씨티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글로벌 표준 용어'로 의료 빅데이터 돕는다

국내 대학병원 의사는 “현재 사용하는 의료 표준은 의료진이나 환자를 위한 상호 운용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보험수가 코드와 매칭돼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면서 “스노메드 씨티는 파생되는 콘텐츠를 트리 구조로 나타내 다변적으로 환자를 표현할 수 있고, 용어를 통일하기만 해도 상호 운용성이 상당 부분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기존 의료분류 표준은 임상적으로 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스노메드 씨티 도입이 의료정보 표준화와 의료정보 교류 측면에서 발전이라고 본다”고 환영했다.

스노메드 씨티 도입으로 표준의료용어체계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여전히 각기 다른 의료 표준으로 전자의무기록(EMR)을 활용하고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10년 동안 개발·발전시켜 온 코스톰과의 연계·활용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라이선스를 구매해 임상병원에서 어떻게 활용 가능할 것인지 유즈 케이스를 만드는 등 전문가 의견을 모아 활용 방안을 계획할 예정으로, 당장 국가 표준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난 10년 동안 개발한 코스톰 등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등 활용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