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은 투표율 등과 함께 민심을 흔드는 변수다. 경우에 따라 경쟁 후보가 사퇴하거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막말과 비방으로 얼룩진 선거전에서 정확한 정책 알리기는 뒷전으로 밀린다. 유권자로서는 공약과 정책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다.
21대 총선 선거운동 역시 막말 파문과 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진 채 마무리됐다.
미래통합당은 막말 논란을 일으킨 김대호 서울 관악구갑 후보와 차명진 경기 부천시병 후보를 제명했다.
김 후보는 특정 세대와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선거운동 기간 지역구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제명됐다. 김 후보는 “30대 중반부터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 “장애인들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등 발언을 내놓았다.
차 후보는 방송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징계 이후에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계속해 결국 제명됐다. 법원이 제명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는 차 후보 측의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총선 완주는 가능해졌다.
연이은 막말 파문에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외에도 공식 선거운동 전에 통합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문재인 대통령 교도소 무상급식' 발언이 나와 파문이 일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한 방송에서 '호기심에 의해서 n번방에 들어갔다 그만 둔 사람에게는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확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막말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김남국 안산단원을 후보는 지난해 2월 성인 팟캐스트 '쓰리연고전'에 출연,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는 문제될 만한 발언을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통합당 여성 의원과 총선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병에 출마한 김한규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는 노인 폄하 논란이 불거졌다. 김 후보 캠프 오픈채팅방에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2번 후보에게 마음이 있다면 투표를 안 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논란이 일자 캠프의 공식 의견이 아니며 해당 글을 쓴 사람은 공식 선거운동원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과거 선거에서도 막말은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라며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가 막말 논란에 휩싸인 끝에 선거에 패배했다. 같은 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근혜 저격수' 발언이 보수 진영 표 집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총선기획팀=조정형(팀장) 강우성·박지성·성현희·송혜영·안영국·안호천기자 polic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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