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만 보내주세요" 코로나19에 언택트 車 거래 '시험대'

#30대 직장인 김종원씨는 딜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중형 세단을 구매했다. 관련 서류 제출 등 계약부터 출고까지 모든 절차를 휴대폰으로 진행했다. 다른 서비스 없이 차량 대금에서 현금 할인을 받아 구매 만족도가 높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며 자동차 시장에서도 딜러를 만나지 않고 거래하는 '언택트(비대면)'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다수 자동차 업체가 공식 비대면 채널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소비자 요구가 크게 늘면서 일선 딜러들이 비공식 비대면 거래에 나섰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동차 판매 방식을 전환하는 촉매제 역할이 기대된다.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완성차 A사 대리점 딜러는 15일 “최근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고 계약할 수 있느냐는 고객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본사 방침상 대면 계약이 원칙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만나지 않고 계약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훨씬 높아졌다”고 전했다.

비대면 거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딜러는 휴대폰으로 문의가 오면 이메일로 견적서를 보내 계약을 진행, 더 많은 고객에게 빠르게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고객은 더 쉽고 편리하게 여러 딜러에게 자신이 원하는 구매 조건을 흥정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신차를 구매한 한 고객은 “지인이 소개한 딜러에게 휴대폰 문자로 차량을 문의한 후 이메일로 견적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대면 거래보다 원하는 조건을 딜러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 거래하는 만큼 주의할 점도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업체에 소속된 공식 딜러인지 꼭 확인한 후 계약해야 한다. 계약금을 걸고 차량을 출고한 후 나머지 대금을 지급하는 게 안전하다.

본사가 공식 비대면 채널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었다. 르노삼성차는 신차 XM3를 출시하면서 완성차업계 최초로 온라인 청약 채널을 구축했다. 웹사이트에서 네이버페이로 청약금 10만원을 결제하면 계약이 성사되고, 나머지 출고 과정은 딜러가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전계약량 20% 이상을 온라인으로 소화했다.

지프 비대면 구매 전용 채널 화면.
지프 비대면 구매 전용 채널 화면.

수입차업계는 비대면 거래에 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지프는 홈페이지 내 비대면 구매 전용 채널을 열고 온라인으로 구매 상담부터 시승 신청, 계약서 작성, 출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대면 계약 시 특별 할인 혜택도 준다.

BMW도 온라인 자동차 판매 채널을 개설, 소장 가치가 큰 한정판 모델을 전국 어디서나 계약할 수 있게 했다. BMW는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에서만 판매, 기존 오프라인 판매와 차별화했다.

실제 차량을 보고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졌다. 직영 중고차 케이카가 제공하는 내차사기 홈서비스는 온라인 구매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할부 대출 심사와 승인까지 비대면 거래가 가능한 결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까다로운 진단과 매입을 통해 품질을 보증하기 때문에 집에서 직영 중고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